[名車 히든 스토리] ‘알아서 달리는 자동차’ 곧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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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영화 <맨인블랙 ⅱ>에는 ‘오토 파일럿’ 기능이 장착된 벤츠 차량이 등장한다. 단추 하나만 누르면 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마법 같은 이 장치는 SF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2~3년 후쯤에는 나홀로 가는 차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운전을 하다 보면 앞서가는 차량이 별 이유 없이 브레이크를 밟아대는 바람에 신경이 쓰였던 경험이 한 번쯤 있게 마련이다. 앞차를 따라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를 번갈아 밟다 보면 은근히 부아가 나기도 한다.

앞선 차량이 브레이크 등이 고장난 대형 트럭이기라도 한 경우에는 더욱 거슬린다. 전방 시야가 가린 상태에서 앞차와의 간격이 갑작스럽게 가까워지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조만간 이런 아찔하고 짜증나는 상황에서 해방될 것 같다. ‘전자근접감지항법장치’라고 이름 붙은 첨단 시스템이 곧 벤츠에 장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고성능 레이더와 마이크로 컴퓨터가 앞서 가는 차량의 속도를 측정해 거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운행 속도를 지정하면 나머지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해결해 준다. 앞차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컴퓨터는 자동으로 속도를 낮추고, 필요하면 브레이크도 가동한다.

▶벤츠의 4륜구동 차량인 ‘M클래스’

운전을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일렉트로닉 코파일럿(전자 부조종사)’로도 불리는 이 장치는 아직 개발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고속도로 시물레이션 주행까지 성공적으로 마쳐 조만간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고돼 있다.

현재 메르세데스 차종에는 전자근접감지항법장치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항법장치가 기본 옵션으로 장착돼 있다. 운전자가 맞춰 놓은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이 장치는 고속도로 등 장거리 운전을 할 때 대단히 편리한 기능이다.

▶야간 주행시 전방의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나이트뷰 어시스트’.

레이더 센서와 내장된 컴퓨터로 안전거리 유지

하지만 이 장치는 도로가 한산할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도로에 차량이 늘어나면 차간거리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속도를 다시 조정하거나 아예 항법장치를 끄고 수동으로 운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전자근접감지 기능이 추가된 항법장치는 도로 전방 상황을 주시하는 레이더 센서와 내장된 컴퓨터로 언제나 안전한 차간거리를 확보해주기 때문에 수동 작동의 번거로움이 사라지게 된다.

근접감지항법장치는 기존 항법장치와 사용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차량이 원하는 속도에 이르렀을 때 운전대의 항법장치 레버를 움직여 주기만 하면 자동항법 기능이 시작된다.

차량의 그릴 부분에 장착된 소형 레이더가 약 120m까지 전방 차량과의 거리를 감지하고 두 차량 간 거리와 속도를 순식간에 계산해 낸다. 자동항법이 가능한 속도는 시속 35~150Km로 정상적인 주행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사실상 속도제한이 없는 셈이다.

▶오픈카인 ‘로드스터’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다.

레이더 빔을 사용하는 이 시스템은 악천후로 가시거리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정확한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레이더 신호의 수신에서 발신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앞서 가는 차량이 급격히 속도를 낮추더라도 브레이크를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다. 컴퓨터가 스스로 제어하기 힘든 상황을 만나면 운전자에게 긴급 신호를 보낸다.

메르세데스 벤츠 기술진은 이 장치를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 올려놓고 실험을 했다. 독일 쾰른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아헨에 이르는 코스를 30명의 운전자가 최고 시속 230Km의 속도로 달렸던 것.

그 결과 테스트에 참가한 운전자들은 한결같이 근접감지항법장치가 대단히 안정적이고 편안하며, 이 장치가 없는 차량을 운전하는 것보다 운전이 쉽다고 평가했다. 테스트 참가자들은 운전 중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은 물론, 심지어 일부 테스트 드라이버는 근접감지항법장치 덕분에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차 안에서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정일환_월간중앙 기자 (wh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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