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자 많은 과목이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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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금이라도 선택과목을 바꿔야 하나요." 겨울방학을 앞둔 요즘 입시학원들에는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년여 앞둔 고2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회.과학탐구영역 선택과목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 말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한 2005학년도 수능 대비 전국연합학력평가 분석결과가 공개된 이후 부쩍 심해졌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점수로 만점(50점)을 받아도 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14(사탐)~25점(과탐) 벌어진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리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유리한 과목으로 '갈아타기'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상당수 고2 학생이 수능이 1년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확실하게 과목선택을 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객관적으로 유리한 특정 과목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수능에서 선택과목의 난이도(평균)와 표준편차(평균을 중심으로 한 점수 분포형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수험생별로 유불리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디딤돌넷스쿨 오종운 교육평가부장은 "선택과목에 따른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그나마 입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게 차선책"이라며 "선택과목을 바꿀 경우 그 시기는 이번 고2 겨울방학은 돼야 심화학습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입시 전문가들은 지원희망 대학이 세 과목 또는 두 과목을 반영하더라도 '보험'차원에서 네 과목을 모두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어떤 과목에서 표준점수가 상대적으로 잘 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점수가 잘 나온 과목을 전형에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응시자가 많은 과목을 고르는 게 '안전 선택' 요령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탐구영역의 경우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이른바 '빅3' 과목이 국사.사회문화.한국지리인데 이 가운데 최소한 두 과목 정도를 선택하면 유불리 편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서울대가 '지정 과목'으로 정한 국사의 경우처럼 주요 대학이 지정 과목으로 제시한 과목은 응시자수가 많은 편이다.

한두 과목 정도는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전공과 관련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영일교육컨설팅의 김영일 소장은 "논술이나 구술면접시험에서 전공 관련 과목 질문이 나온다"며 "예컨대 법대 지원자는 '법과 사회', 경영대 지원자는 '경제'를 선택해 아주 깊이 공부함으로써 표준점수도 극대화하고 면접에도 대비하는 요령"이라고 말했다.

◇갈아타도 문제는 없나=학생들 입장에서는 선택과목을 바꾸고 싶어도 학교에서 희망 과목을 배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회탐구의 경우 고교마다 개설 과목이 교사 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5~6개(전체 11과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학생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과목을 입시학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 A외고의 경우 '경제지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놓았으나 많은 학생이 이 과목 수강을 포기하고 개설돼 있지 않은 '경제'를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탐.과탐 전문학원인 최강학원의 최강 원장은 "과목에 따라 학원 수강생의 10~20%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과목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사진 설명 전문>
2005년도 수능에선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할까. 고2 학생들의 고민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7일 열린 수능대비 설명회에서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고등학생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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