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떠나는 가족」앙코르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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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은 극단 현대극장의 『길떠나는 가족』이 25일부터 호암아트홀에서 재공연한 뒤 곧이어 미국 뉴욕과 LA를 돌아오는 해외순회공연의 길을 떠난다.
『길떠나는 가족』은 지난해서울연극제 최고상 부상으로 받은 해외연수 지원금 2천2백만원으로 3월말부터 4월초까지 미국순회공연을 떠나게 되었으며 이에 앞서 국내 연극 팬들을 위한 앙코르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길떠나는 가족』은 지난 한햇동안 공연된 연극중 최고작이라는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대규모가 크고 출연진이 많은 이유 등으로 지금까지 재공연되지 못했었다.
『길떠나는 가족』은 요절한 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연대기적 작품이지만 단순히 주인공의 개인사를 나열하는 기존의 낡은 틀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호평 받았었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젊은 연출가 이윤택의 감각과 실험성이었다. 연출은 다양한 기법을 통해 주인공의 처절한 삶과 타오르는 예술 혼의 갈등을 극적으로 펼쳐나갔다. 무대를 가르며 움직이는 벽 형태의 무대장치, 삶과 죽음의 세계를 이어주는 신비적 영상을 표현한 조명, 클라리넷과 피아노 등을 이용한 생음악 연주 등이 모두 신선한 감각이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이중섭의 그림『길떠나는 가족』을 실제의 무대에 그대로 옮겨 천천히 돌아가는 활동사진처럼 만든 발상은 연극 전체의 이미지를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심어주는 충격적 기법으로 기억된다. 그림 속에서 어린 시절의 꿈과 향수를 상징하는 하동의 모습을 연극에서는 줄 인형으로 대체, 자살하고만 화가의 예술 혼을 다시 깨어나 자유롭게 하는 부활의 메시지로 활용한 것도 흔히 볼수 없는 연극적 표현으로 호평 받았다.
여기에 적절히 캐스팅 된 배우들의 열성적인 연기까지 어울려 『길떠나는 가족』은 지난해 서울연극제의 작품상과 희곡상·연기상 등을 휩쓸 수 있었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단역격인 이중섭의 장인역을 제외한 전원이 초연당시 그대로 연기한다. 서울공연은 3월2일까지 매일 오후4시·7시30분(25일은 7시30분)이며, 뉴욕은 3월26일부터 29일까지 라마마 아넥스시어터, LA는 4월2일부터 5일까지 포스타 시어터. (762)6190.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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