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예불 올리며 애국가에 눈시울/김기훈·이준호군 집안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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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두선수 모두 아버지가 열성 지원/매일 태릉출근 손수 날 갈아줘
『차분한 성격에 승부근성이 강해 좋은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커 무척 조마조마했습니다.』
동계올림픽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준 김기훈군(25·단대대학원)의 어머니 박문숙씨(51)는 우승소식이 전해진 21일 새벽 예불을 드리던 서울 자양동 「불심정사」에서 양손을 합장한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와­』
아들을 응원키 위해 현지까지 따라갔던 아버지 김무정씨(52·건축업)가 전화를 걸어오자 함께 있던 이모 박성애씨(40)등 10여명의 친척·친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으나 어머니 박씨는 알베르빌 하늘에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박씨는 아들의 우승을 기원하며 백일기도를 드렸으나 결승을 앞둔 20일에도 초조함을 견디다 못해 오전 10시부터 21일 새벽까지 「밤샘불공」을 드리던 중이었다.
『기훈이의 스케이트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애아버지의 뒷바라지가 만들어낸 영광입니다.』
휴식기간인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도 혼자 연습을 한다는 김군이 스케이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유치원때인 6살되던해 겨울.
하체가 유달히 약해 아버지의 권유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김군은 이어 리라국교에 입학하면서 선수생활을 하게 됐다.
아버지 김씨는 훈련기간중 태릉선수촌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여 뒷바라지했고 아들이 최고속력을 낼때의 날의 두께·각도 등을 면밀히 체크했다가 손수 날을 갈아주는등 사업까지 팽개친채 열성적으로 보살펴왔다.
박씨는 밤샘불공에도 피곤한줄 모른채 『기훈이가 빨리 돌아와 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도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도록 계속 불공을 드리겠다』고 했다.<고대훈기자>
○“어깨다친채 떠나”
동메달을 딴 이준호 선수의 서울 시흥3동 중앙하이츠빌라 10동에는 어머니 구찬회씨(55)가 새벽부터 가족·친지·빙상관계자 등이 걸어오는 축하전화를 받기에 바빴다.
아버지 이기준씨(57·법무사)는 2월10일 외동아들인 이선수와 함께 알베르빌로 떠나 집에는 어머니 구씨만 남아 있었다.
어머니 구씨는 『준호가 출국2주전 연습도중 당한 어깨부상이 완쾌되지 않은채 떠나 가슴을 졸였다』며 『금메달을 우리 선수가 딴데다 겨울올림픽출전 사상 최초의 동메달을 거두는 선전을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구씨는 또 『5천m 단체계주경기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 성원하는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전익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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