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 특허권'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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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대가 황우석 전 석좌교수의 줄기세포와 관련된 특허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특허를 계속 유지하자니 비용이 들고,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서울대 국양 연구처장은 8일 "줄기세포 논문의 특허 출원을 대리한 법무법인이 출원 준비 비용 6000만원을 돌려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황 전 교수가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지에 게재했으나 조작 사실이 드러나 사이언스지가 취소한 것이다.

특허법상 국립대 교수가 업무상 출원한 특허는 소속 학교가 갖는다. 서울대는 지난해 두 논문을 바탕으로 국제특허협력조약(PCT) 출원을 했고, 2004년 논문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 등 10여 개국에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2005년 논문에 대해서는 올 7월까지 각국에 특허 등록 절차를 마칠 방침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특허 출원과 유지 비용에 부딪혔다. 당장 2005년 논문에 대한 특허 출원 비용만 4억~5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 20년간 각국에 출원된 수십 개의 특허를 유지하려면 각국 특허청에 내는 비용 등 18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특허 출원 비용을 해당 교수가 부담해 온 관례에 따라 한국과학재단이 관리하고 있는 황 전 교수 후원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한때 고려했다. 하지만 논문 조작 파문 이후 거액을 기부한 후원자 중 한 명이 황 전 교수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가압류한 상태여서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 처장은 "문제가 된 논문을 바탕으로 한 특허를 출원.유지해 봐야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황우석 전 교수가 출원한 대다수 특허의 권리는 과기부가 30%, 서울대가 7%, 황 전 교수가 63%를 갖고 있어 서울대는 의무만 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대는 과학기술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공문을 보내 "과기부가 특허 출원 비용을 부담하든지, 서울대가 소유 중인 특허권을 황 교수에게 넘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조만간 과기부 입장을 정리해 서울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 국제특허 출원=먼저 국내특허를 출원한 뒤 특허협력조약(PCT)을 통해 국제특허를 출원하게 된다. 이후 15개월 이내에 개별 국가별로 특허를 등록하는 절차가 있다. 출원료.등록세뿐 아니라 권리 유지를 위한 비용이 매년 들어간다.

*** 바로잡습니다

4월 9일자 11면 '서울대, 황우석 특허권 놓고 고심' 기사 중 국제 특허 출원에 대한 설명에서 "국내 특허를 출원한 뒤 국제 특허를 출원한다. 이후 15개월 이내에 국가별로 특허를 등록하는 절차가 있다"고 한 부분은 "국내 특허를 출원하지 않아도 바로 국제 특허를 낼 수 있으며, 나라별 출원 기간은 특허를 우선 출원한 날로부터 30개월"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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