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로 WTO 위상 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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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세계 무역 협상의 변화를 의미하며, 한미 FTA가 발효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NYT는 "한미 FTA는 관세 철폐에 따른 수백억달러 상당의 무역 증대 효과와 함께 이제껏 빈국의 경제 성장을 목표로 했던 세계 무역 협상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WTO의 도하 라운드가 제자리 걸음이고 미주자유무역지대(FTAA)가 중남미 좌파의 반대로 답보인 상태에서 양자 협상은 미국이 해낼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이라며 "다른 협상이 난항을 겪는 중에 한국과의 FTA 체결은 미국의 최대 수익"이라고 평가했다.

WTO에 따르면 2005년 한미 상품 교역규모는 2840억달러로 세계 118개 빈국과의 교역과 맞먹는다. 결국 한국과의 FTA 체결은 WTO 150개 회원국 가운데 88개국과 협정을 체결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인 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한미 FTA와 같은 양자 협상이 늘어난다면 WTO의 역할은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세계개발센터(CGD)와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수석 연구원 킴벌리 A. 엘리어트는 "한미 FTA는 빈국이 수혜를 누려왔던 세계 무역 협상의 물꼬를 바꾸는 것"이라며 "양자 협상이 개방 경제를 위한 실행가능한 선택으로 떠오르면서 다자간 협상인 WTO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브라질과 양자협상중이며 인도와의 핵 협정은 경제 대화로 연결되고 있다. 이들 두 국가 역시 WTO 주요 회원국으로 미국이 이들과의 경제 협력에 성공한다면 WTO에 맞춰졌던 세계 무역 협상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엘리어트는 "한미 FTA가 의회 비준을 통과한다면 분명 일본도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세계 2위 경제국인 일본과 FTA를 체결한다면 전세계적으로 FTA는 봇물처럼 쏟아질 전망이다.

물론 한미 FTA가 발효되기 위해선 양국 의회의 비준 등 난관이 적지 않지만 한미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번 FTA는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미키 캔터는 미국과 요르단,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 국가와의 협상을 들며 "이제껏 양자 협상은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와 경제적인 목표보다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한국과의 FTA는 개방 경제를 향한 수년간의 첫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머니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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