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패 노리는 해태…대만 전훈 현장|포지션 따내기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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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곱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는다.
무등산 호랑이 해태타이거즈가 대만에 전지 훈련 캠프를 차려놓고 또다시 올 시즌 우승을 선언했다.
지난 10일 타이베이에 도착한 해태는 4일 훈련, 하루 휴식의 스케줄에 따라 자매 팀 삼상 타이거즈 전용구장에서 하루 6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을 쌓고 있다.
오전에는 조선대 체육학과 김응식 교수의 지도로 전신 체력 단련에 주력하고 오후에는 수비와 타격 연습을 반복 실시하고 있다. 체력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당하고 있는 것은 장기 레이스에서 든든한 체력의 뒷받침 없이는 우승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
특히 김종모 (33) 한 대화 (32) 이순철 (31) 등 노장들이 체력 훈련의 중요성을 인식, 앞장서서 후배들을 이끌고있다.
김응룡 감독은 『선수들의 자세가 진지해 기대 이상으로 훈련 효과가 높다』면서 『투수 력과 타격이 지난해보다 향상돼 올 우승도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지금까지 해태는 선수층이 엷어 포지션별로 라이벌 선수가 없고 따라서 주전들이 안일에 빠지는 것이 취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OB에서 이적한 박노준 (30)과 고졸 3년생 홍현우 (20)가 포지션 경쟁의 불길을 당기며 전지 훈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타율 2할9푼3리, 19도루를 성공시킨 박노준은 우익수와 2번 타자 자리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 박철우 외에 왼손 타자가 없는 단조로운 타선에 변화를 몰고 올 박은 『컨디션만 좋으면 타율 3할3푼, 도루 30개는 떼어 논 당상』이라고 장담.
박노준의 등장으로 우익수 자리는 김종모·이건열이 가세, 치열한 3파전을 벌이는 핫 코너로 변했다. 특히 김종모는 최근 2년간 2할대를 맴도는 부진한 활약을 보여 박노준에게 우익수를 빼앗길 경우 선수 생활까지 영향받는다는 의기의식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한편 고졸 3년생 홍현우는 일찌감치 4번 타자를 예약해 놓고 2루 수비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한대화의 부상으로 4번을 친 홍은 2할9푼2리 (8홈런, 29타점)의 성적을 보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홍현우는 대만에서 스윙이 더욱 날카로워져 「제2의 장종훈」을 꿈꾸고 있다. 상위 타선을 후배들에게 내줄 위기에 몰린 해태의 주력 타선 한대화·박철우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이를 악물고 있어 훈련장을 뜨겁게 하고 있다.
한편 김성한은 팔꿈치 수술에 이은 맹장수술로 국내에 남아 개인 훈련중인데 수술 후유증을 어느 정도 최소화하느냐가 관건.
투수력에서는 선동렬 (19승)이 건재한 데다 이강철 (15승) 신동수 (14승)까지 15승을 넘보고 있어 안정된 상태. 여기에 고졸 출신으로 뒤늦게 10승대에 진입한 송유석 (11)이 선발 등판을 위한 집중 훈련을 받아 주목을 끌고 있다.
김응룡 감독의 고민은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는 것인데 조계현 (9승) 김정수 (6승) 문희수 (4승)의 분발 여부가 투수 로테이션에 영향을 미칠 듯.
해태는 오는 23, 29일, 3월1일 타이베이 시립 구장에서 세차례에 걸쳐 삼상 타이거즈와 친선경기를 갖고 올 전력을 최종 점검한다. 이 성적에 따라 베스트 9이 결정되겠지만 이순철·박노준·이호성으로 시작되는 타선은 강타력 위주에서 더욱 발빠른 야구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타이베이 (대만)=김상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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