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권력승계/총비서보다 주석직부터이양/언제­어떤방식으로 진행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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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월 인민회의서 실행 유력/“주변 안정때까지 안넘길 것” 분석도
16일로 50세가 되는 김정일 비서의 생일을 맞아 북한 전역은 과거 어느해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대한 축하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통상 2월초부터 시작하던 축하행사를 금년에는 연초부터 개시했다.
지금까지 김일성 주석생일에만 행해졌던 「충성의 편지 이어 달리기」 행사를 올해에는 김정일 비서 생일행사로도 치르고 있다.
「김정일화」(일본인 원예사가 20여년의 연구끝에 개발했다며 88년 김의 46회 생일에 기증한 베고니아과의 다년생 화초)를 전지역 5천5백개 단위에 10만그루를 배포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김비서의 「현명한 영도」하에 완료했다는 45권의 의학전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의 성대한 행사는 특히 김일성 주석이 권력이양을 단행하리라는 관측과 어우러져 주목을 끌고 있다.
김주석은 지난해 12월말 인민군 총사령관 자리를 김정일 비서에게 넘겨주고 당총비서·당군사위원회 위원장·국가주석등 당정의 최고지위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
때문에 김정일에 대한 권력승계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주목되고 있다. 김주석이 어떤 자리를,어느 시기에 이양할 것이냐에 여러가지 분석과 추측이 있다.
여러 관측중에서 우선 확실시되는 것은 김주석이 모든 지위를 단번에 이양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북한 정권이 수립후부터 지금까지 김주석 일인지배체제로 일관돼왔고 김일성이 그의 모든 권력을 주고 2선으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하나 확실시되는 점은 총비서보다는 국가주석을 먼저 이양하리라는 것이다.
북한은 당이 지배하는 국가인데 만약 김정일이 총비서를,김일성은 주석을 각각 차지하게 되면 「아들이 아버지를 지배하는」 비정상적인 권력형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김비서가 언제 주석자리를 이어 받느냐에 모아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승계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감안,김비서가 빠르면 3월,늦어도 김주석의 생일(4월15일)이전에는 주석자리를 이양받으리라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금년들어 김비서의 권력승계 정당성을 어려방법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은 각종 보도매체를 통해 김비서를 「주체혁명위업의 위대한 계승자」 「군사의 영재」 「문학예술의 영재」 등으로 호칭,각 분야에서의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영도자라고 선전하고 있다.
인민무력부장 오진우는 1월말 로동신문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혁명을 처음으로 개척한 수령의 위업에 충직한 위대한 영도자는 혁명위업의 완성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김비서가 1월3일에 행한 70분짜리 장문의 담화를 2월4일부터 연일 반복 보도하고 있다.
이는 김비서가 북한식 사회주의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탁월한 이론가임을 선전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움직임을 종합할때 김비서의 주석직 승계는 가까운 시일내에 이루어지며,특히 4월초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9기 3차 회의에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유력해지고 있다.
통일원의 한 고위당국자는 『소련과 동구에서 공산당이 무너진 상황에서 북한이 김정일 중심으로 대외관계를 추진하려면 김정일의 주석승계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분석하고 『특히 남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정통성을 인정받겠다는 판단이 서게되면 주석직 이양시기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90년 5월 최고인민회의 제9기 1차회의에서 「임기4년」의 주석으로 선출된 김주석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그만두는 것은 북한 권력속성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김정일이 당·정에서 실권을 갖고 모든 업무를 사실상 관장하고 있으므로 굳이 「주석」이라는 지위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오코노기(소차목정부) 교수는 『남한과의 공존체제가 구축되고,일본과의 수교교섭이 고비를 넘기기전까지는 권력이양이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북한을 둘러싼 주변정세가 아직은 어렵게 돌아간다고 보고 앞으로 어느정도 안정적인 토대를 확보하기전까지는 김주석이 계속 지위를 유지하리라는 관측이다.
때문에 김비서의 권력승계는 북한 내부의 변화에 대한 팔요와 주변정세의 흐름에 따라 권력승계의 폭과 진행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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