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순수 민간 행사로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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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부터 삼성이 영화인협회와 공동으로 대종상영화제를 주최하게돼 대종상이 순수 민간행사로 탈바꿈하는 대전기를 맞게됐다.
올해로 30회째를 맞는 대종상은 그간 심사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돼 한때 대종상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등 물의가 적지 않았으나 어쨌든 국내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으로 인정받아왔다.
대종상은 그 동안 정부의지원금을 받아 영화인협회가 주관해왔는데 이 때문에 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영협도 이 상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주장해와 정부는 올해부터 대종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었다.
영협은 자체주최 첫해가 되는 올 초부터 재원확보를 위해 여러 기업에 후원의사타진을 하다 그중 삼성이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의사를 밝히자 삼성과 공동 주최하게 됐다.
영협은 삼성과「공동주최」형식을 취한 것은 삼성을 일시적인 단순후원업체로 삼지 않고 같이 계속해 대종상을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삼성관계자는『삼성은 심사 등 영화인 고유영역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기획·재정·행정 지원을 통해 대종상의 축제화에 도움을 주는 선에 국한해 일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는 삼성이 해온 전통국악제·미술사업 등 순수문화 지원에 덧붙여 대중예술도 지원한다는 기업의 문화분야지원사업의 하나』라고 밝혔다.
영협 대종상준비위 유동훈 위원장은 삼성이 참여함으로써 대종상이 민간주도의 본격적인 대규모 영화제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 재정규모가 커져 시상을 전후해 전야제·대종상주간행사·지방순회상영회 등 각종 이벤트로 영화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또 영협은 대종상에 남북영화제 성격을 부여하거나 앞으로 세계영화제로 발돋움하는 것도 민간행사이기 때문에 더 쉬울 것으로 보고이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이중 북한영화초청의 경우는 올해부터 추진키로 하고 영협은 곧 통일원에 승인신청을 하기로 했다.
영화계는『대기업인 삼성이 참여해 대종상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한국영화진흥에 기여하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환영하면서도『그러나 문제는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심사의 공정성을 어떻게 확립하느냐가 선결과제』라는 의견들이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우선 대종상정판을 고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조항(반미·반사회 영화는 출품대상이 안된다 등)을 없애겠다』고 했다. 올 대종상은총선후인 4월에 개최된다.<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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