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0代들은 유례없는 비만·불임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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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현대 영국의 10대들이 '역사상 가장 뚱뚱하고 애도 못 낳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의사들이 경고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9일 영국의료연합이 지난 8일 발표한 '청소년 건강 보고서'를 인용, "영국 10대들이 무분별한 식습관.마약.흡연 및 문란한 성생활 때문에 '공중 보건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대들은 당분과 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먹고 야채와 과일은 잘 손대지 않는다. 때문에 13~16세 청소년 중 20%는 비만 또는 과체중이었다. 또 16~19세 청소년 여성 가운데 10%가 불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성병인 클라미디아에 감염돼 있다. 10대 청소년 1천명 중 29명이 임신을 경험했으며 이로 인해 교육.진로 문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4~15세 청소년 중 60%가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11~15세 가운데 소년은 9%, 소녀는 11%가 정기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남녀를 불문하고 네명에 한명 꼴로 '지난 한 주 사이에 술을 마셨다'고 밝혔으며, '잔을 들었다 하면' 일주일에 10.5잔 꼴로 마셨다.

또 이 나이 청소년 가운데 11%는 '이전 한달 사이 마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38%가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져 있다. 10대 청소년 열명 중 한명 꼴로 우울증이나 강박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다섯 중 한명은 이런 상태를 경험했다.

매해 15~19세 청소년 10만명당 13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자살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지만, 최근엔 11~12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자살을 기도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보건 문제 전문가인 러셀 바이너 박사는 "다음 세대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비만.불임 세대가 될 것이며, 정신적으로도 가장 건강하지 못한 세대"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영국의료연합의 과학.윤리 책임자 비비언 나탄슨은 "이 같은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큰 위협"이라며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행동하기를 바라기 힘든 상황에서 어른들이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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