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박물관 손님없어 폐쇄위기/통일후 인기 시들…봉급도 못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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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독일이 통일되기 전 베를린장벽을 넘다가 사살된 희생자의 유품등 분단의 아픔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 베를린의 장벽박물관이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유럽최대의 민영박물관으로 알려진 이 장벽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이 통일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직원봉급조차 주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베를린 프리드리히가의 베를린장벽 부근에 있는 장벽박물관은 바로 옆에 있던 찰리검문소와 함께 통일이전까지만 해도 베를린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보아야 하는 곳중 하나였다.
당시 동베를린을 방문하려는 서방관광객들은 찰리검문소를 통과해 동베를린으로 입국해야 했기 때문에 이박물관은 오가는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렸다. 30년전 장벽박물관이 개관된 이후 지금까지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1천3백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던중에 베를린장벽이 붕괴되고 동서베를린을 연결하는 모든 도로와 지하철이 재개통되면서 찰리검문소가 철거되자 관광객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장벽박물관의 라이너 힐데브란트 관장은 『박물관 유지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최소한 하루 2천명의 방문객은 있어야 하는데 요즘엔 1백∼3백명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11월 이후 28명의 직원봉급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로 가다간 장벽박물관도 베를린장벽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질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베를린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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