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불교문화 진수 보여 줄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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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계 최대 규모의 대불이 우리나라 불상제작자에 의해 제작된다.
일본 나고야 인근 국정국립공원 이목산에 건립중인 평화사에 안치될 높이 18m의 청동좌불을 제작중인 민용식씨(40·대불전대표)는 앞으로 4년 동안 20여명의 조각가들과 함께 이 일에 전력투구해『일본 불교문화의정수가 한국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음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일본 10대 명승지의 하나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국정공원 안 12만평부지에 세워질 재일본 조계종 중부본산 평화사는 일본인들과 재일 교포들로 구성된 일한 우호세계인 평화기원 대불건립위원회(위원장 중서경윤)가 8년 동안 2백억엔(약1천2백억원)을 모금, 세워지게 됐다.
홍익대 조소과 출신으로 팔만대장경 재현으로 대한민국 불교미술전람회 최고상 및 신라미술 대상전 특상 등을 수상하고 대한불교 천태종 본산 구인사에 동양최대의 목탱화, 육군사관학교 내 법당 본존불, 일본 금각사 관음상 등을 제작한 민씨가 총73억엔(약 4백20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을 맡게된 것은 그의 끈질긴 노력 때문이다.
일본에 평화사가 건립된다는 소식을 접한 민씨는 88년 일본에 무작정 건너가 절 건립을 위한 가건물에 1년반 동안 기거하면서 불상을 위한 설계를 끝내는 동시에 건립위원회 측을 집요하게 설득해 공사를 따낸 것.
그가 지하4층, 지상3층에 연건평 3천5백평 규모의 대불전에 세울 18m의 비로자나좌불은 「부처님중의 부처님」으로 불리는 우주 대 근원불로 부처이면서 보살처럼 몸치장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2백50t의 청동을 들이고 표면을 금박으로 마무리 할 이 좌불 외에도 그는 부처의 양쪽 옆에서 보좌하는 13m 크기의 협시불, 대불 뒤편에서는 팔천불을 비롯해 평화사내에서 쓰일 향로·등·종 등 불패 일체를 제작하게 된다.
『일본 땅에 찬란했던 백제·신라 문화를 남김없이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그는 불상제작을 위해 일본을 여러 차례 여행하면서 일본 불교문화에 끼친 한국문화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민씨는 지난달21일 대불 조성법요식을 갖고 현재 경기도 의정부시 낙양동에서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평화사 건립에 일본인 유지들이 참여하게된 동기는 이 불사의 공사비 전액을 희사한 일본인 기업가 나카가와씨(52)의 뜻에 의한 것.
그는 2차 대전 종전 후 가족들과 중국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돌아올 때 한국 사람으로부터 얻어먹은 밥 한끼의 고마움을 잊지 못해 한국인을 위한 절을 짓기로 결심했다는 것.
건설·섬유업체 등 8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나카가와씨는『한일간의 불행했던 지난날을 참회하고 한국의 희생영령들을 위해 불사에 나섰다』고 밝힌바있다.
이 절 건립작업에 참여한 재일교포들도 이 사원이 70만 재일 교포의 정신적 요람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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