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40돌 막은 엘리자베스 여왕|영연방 결속 다지는 외교역량 발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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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국의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6일로 즉위 40주년을 맞았다.
이로써 엘리자베스 여왕은 현존하는 왕정국가의 국왕으로서 최강수하는 기록을 세웠지만 영국국내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지난 77년 영국정부는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25주년 기념일을 국경일로 정하고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가졌으나 올해는 별다른 행사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왕정제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왕실기념기금만이 올 한해동안 빅토리아-앨버트기념관에서 왕실역사를 소개하는 전시회 등 각종기념행사를 마련하고 있을 뿐이다.
여왕 자신도 올해는 40주년 기념일을 샌드링검 별궁에서 조용히 지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히려 올해는 영국왕실에 대한 세금부과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예년보다 더욱 커진 듯 한 느낌이다.
최근 출판된『왕실 재산』이란 책은 1백여 년전 영국왕실은 자진해서소득세를 내겠다고 발표한바 있으나 그 후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폭로했으며 지난1일 인디펜던트지도 왕실이 세금을 내도록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한바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결과는 영국인들의 60%가 왕실이 계속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고3분의 2이상이 왕실은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아직 왕실의 존재기반은 탄탄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영국 왕실이 확고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공적으로 영국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지난 52년 25세난 공주의 신분으로 아프리카케냐를 방문중이던 엘리자베스 여왕이 당시 국왕 조지6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왕위를 계승하게 됐을 때 만해도 각계에서는 젊은 여성이 왕실을 이끌어 갈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우려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여왕은 1천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왕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대 제국을 영연방으로 순탄하게 변화시키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 동안의 금기를 깨고 올해처음으로 BBC-TV가 왕실의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허가했다. 이 같은 조치는 왕실과 국민의 사이를 좀 더 친밀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한편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의 영국왕실의 지위는 아직 불안한 것으로 영국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올해 65세가 된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의 장남 찰스 황태자에게 조기에 왕위를 물려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찰스 황태자는 다이애나 황태자비와의 불화 등으로 왕실을 잘 꾸려갈 지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런던에서 발행되는 이브닝 스탠더드지는 여왕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칼럼에서『엘리자베스 여왕 이후 영국왕실이 앞으로 40주 이상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고 극단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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