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전자 책|미-일서 곧 대중화|국내 관련업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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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광전자도서 또는 전자 책으로 불리는 CD-ROM(콤팩트디스크를 사용해 정보를 입·출력하는 전용메모리)이 미국·일본·유럽에서는 대중화를 눈앞에 두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걸음마단계다.
정책 부재에 인식부족이 겹쳐 음반으로 취급되는 것도 큰 걸림돌이지만 재생기기인 드라이브의 국산화가 아직까지 안되고 있는 등 업계가 기술개발에 등한했기 때문.
미국·일본 등 전자출판 선진국들은 컴퓨터 보급대수가 2백만 대에 육박하는 한국의 잠재적 시장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내 도서정보 등을 담은 외제 전자출판물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올 날도 머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CD-ROM은 디스크 한 장에 5만 페이지 분량을 수록할 수 있는 첨단 미디어. 기록 보존성과 재활용 성이 뛰어나 각종 사전류, 방대한 도서목록,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의약·특허·기업정보 등을 전달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선진국에서는 도서관·병원·연구소 등에서 호평 받고 있으며, 매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88년 10만 달러에서 91년 73만 달러 규모로 급성장, 만만찮은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시장여건과는 달리 유일한 출판관련법인「출판사 및 인쇄소등록에 관한 법률」에서 음반으로 분류, 책으로 인정하지 않는 실정이다.
CD-ROM출판물의 효시는 86년1월 미국의『글로리아 전자백과사전』. 이후 6년간 세계 1백50여 개 사에서 1천7백 종이 선보였으며 미국과 일본이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개발당시 CD-ROM은 컴퓨터 본체와 재생용 드라이브, 소프트웨어를 각각 따로 구입해야 하고 가격이 매우 비싸 대중화는 먼 훗날의 일로 보였다.
그러나 90년 여름 일본 소니 사가 드라이브와 액정디스크플레이어를 일체화시킨 손바닥크기의 휴대용 CD-ROM을 개발, 5만엔(약 30만원)에 시판하면서 대중화는 성큼 앞당겨졌다.
국내에서 개발된 것으로는 지난해 (주)큐닉스 데이터 시스템이 내놓은『성경 라이브러리』와 삼성전자가 미국 컴퓨터회사와 공동으로 만든 영어교육 프로그램『다이내믹 잉글리시』로 2종뿐이다. 그나마 XT·AT기종에는 접속도 안되고 50만∼60만원이나 하는 외제 드라이브를 별도로 구입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4일 한국전자출판연구회와 한국출판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전자출판물 세미나는 관련업계가 총망라된「한국전자출판협회」를 설립키로 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김희락씨(출판연구소 사무국장)는 세미나에서『CD-ROM을 이용한 전자출판물이 현행법상 도서에서 제외돼 세제혜택을 방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출판사·인쇄소·전자회사·학계가 일본처럼 표준규격을 마련하고 드라이브를 국산화하는 등 기술개발에 힘을 합친다면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자 책이 다양한 기종과 접속 가능해지고 보다 싼값에 공급될 때 기존 출판시장이 상당부분 외국에 의해 잠식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국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 관련업계의 협력이 요구된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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