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 '수첩' 꺼내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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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셨다. 수첩을 꺼내들더니 놓칠세라 메모를 한다. 나갈 땐 "쓴소리 단소리 다 듣고 간다. 혼자 들어 아쉽다"고 했다. 3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07 세종로포럼 주최 '정권교체를 위한 한나라당의 과제' 세미나 자리에서다. 1시간 30분 동안 난타(亂打)가 이어졌다. 뭇매를 맞은 대상은 "착시현상이 만연한 한나라당" 그리고 "이전 투구의 집안싸움" 당사자 중 하나인 이 전 시장 자신이었다.

◇"착시현상 벗어라"=첫 발제에 나선 뉴라이트 전국연합 이석연 상임대표는 '대세론'에 직격탄을 쐈다. "국민에게 한나라당은 차선책"이라고 했다. "10년간 지속된 좌파 포퓰리즘 정권 학습효과가 낳은 반사이익"이라며 "두 번의 이회창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국민의 정권교체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으며,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현 정권의 한미FTA 협상 타결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60-70%의 지지율이 대선까지 가리라는 착시현상이 만연하다"고도 말했다. 이어 "경선 승리에 환호하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브릿지 게임에 이겼다고 좋아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내 두 주자에겐 "이전투구의 집안싸움이 계속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상대진영은 대선 막판에 극적효과를 배가시키며 후보를 단일화하고, 좌파의 지지를 받는 '우파 포퓰리스트'나 '중도 기회주의자'를 후보로 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 때 "노무현식 포퓰리즘 전략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90%의 부를 가진 10%와 10%의 부를 가진 90%' 사이에서 갈등을 만들고, 편가르기로 승률을 높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더불어 대선예비후보의 엄격한 측근관리와 파벌 경계.확실한 비전과 일관된 소신.중도에 얽매이지 않는 입장정리.확고한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여론조사 양보마라"=이 대표에 이어 조중빈 국민대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내놨다. 그는 경선안 문제로 공방 중인 이 전 시장의 현 좌표를 "당심과 민심의 괴리"로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은 당 밖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당 내에서 더 호응이 높다. 경선안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두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이유다. 그는 이 전 시장의 현 전략을 수긍했다. "민심을 잡고 가라" "여론조사 반영비율 싸움도 양보하지 않는 게 맞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 전 시장을 "기득세력이 분명한 옛 정당의 정치 신인"으로 규정했다. "그 만큼 어려운 싸움"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선은 인물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좌우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했다. 또 "이념과 지역은 이미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정책보다 더 중요한 건 인물"이라며 "믿을 수 있는 새 사람의 이미지로 수도권에서 승부를 내라"고 덧붙였다. 이 날 행사에는 박희태.정두언.주호영 의원 등 10여명의 국회의원과 전현직 언론인.학계 및 재계 인사 100여명이 모였다. 앞서 이 전 시장은 "정치가 감동을 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답답한 마음"이라며 "그래도 어려운 여건 속에 한미 FTA가 체결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의원들이 통과시켜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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