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FTA] 일본 "미국 가전시장 일본 불리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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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미 FTA 타결 소식에 일본과 중국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 3국 중 한국이 먼저 미국과 손을 잡음으로써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에선 미국이나 중국과의 FTA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FTA 추진에 매우 적극적이다.

◆ 일본=정부와 산업계에서 일부 품목의 대미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가전제품 시장 등에서 일본 기업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경제교류재단의 하타케야마 노보루 회장은 "한국 제품은 관세가 사라지고 일본은 4%씩 물게 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며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교섭에 들어갈 한국에 계속 처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일본도 미국.한국 등 교역량이 많은 무역 상대국과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대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올 1월 미국의 경영자단체와 공동으로 미.일 FTA를 포함하는 포괄적 경제연계협정(EPA) 체결을 위한 교섭을 재촉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일자 석간 1면에 협상 결과를 자세히 보도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비롯한 주요 신문은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협정이 발효되면 한.미 간의 경제교류 확대에 탄력이 붙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삐걱거리던 동맹관계 재구축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FTA 전략에 한 발 뒤처진다는 느낌이 있는 일본의 통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예상했다.

◆ 중국=영자신문인 차이나 데일리는 "한.미 FTA가 협상 시한을 몇 분 남겨놓고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이번 협정은 아직 양국 국회의 비준을 거쳐야 하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며 "일부 미국 언론은 이번 협정 내용이 미국의 당초 구상에 부합하지 않아 미 의회가 이를 비준할지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와 업계의 관심은 향후 진행될 한.중 FTA로 옮겨가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22~23일 베이징에서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를 1년 일정으로 출범시켰다. 양국 정부 당국자가 FTA를 의제로 놓고 본격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정당세미나에 참석했던 국무원(총리실에 해당) 산하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잔샤오훙(詹小洪) 연구원은 "한국이 추진하는 FTA 스케줄에서 중국이 뒤로 밀리는 이유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한국이 너무 시간을 끈다는 불만 섞인 말투였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중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저가 공산품이 한국으로 밀려들고 농산품 시장에도 영향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베이징=예영준.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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