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의 핵관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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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모클레스의 칼」이 오늘날의 핵무기를 뜻하는 말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케네디가 대통령 재임시절 어느 연설에서 핵무기를 가리켜 『인류에게 있어 다모클레스의 칼』이라고 비유한 뒤부터 널리 인용되는 말이다.
다모클레스의 칼이란 남이 보기엔 호강만 하는 것 같은 왕의 자리 위에는 언제나 예리한 한자루의 비수가 밑으로 향한채 늘어져 있다는 그리스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그것은 권력의 자리라는게 겉보기와는 달리 얼마나 고통스러운 자리인가를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케네디는 그것을 핵무기의 위협에 시달리는 인류의 운명으로 비유했다.
그런데 요즘 소연방이 해체되고 각 공화국들이 저마다 자기네 이익을 챙기기에 분주한 독립국가연합(CIS)각국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다모클레스의 칼이 바로 머리위에 놓여있음을 실감케 한다.
현재 구소련이 보유한 핵무기의 총수는 2만기를 헤아리고 있는데 그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허술한 것은 핵무기의 관리뿐만이 아니다. 핵관련 과학자나 기술자의 관리도 말이 아니다.
실제로 구소련의 한 핵관련과학자가 많은 봉급을 받는 조건으로 리비아 정부에 고용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래서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서방선진국들의 구소련지원국 조정회에서는 지원도 지원이지만,구소련의 핵과학자·기술자의 유출에 의한 핵기술·정보의 제3세계 확산문제를 중시,구소련의 핵무기 전문가를 고용하는 국제기구의 창설을 논의하기도 했다.
독일의 겐셔외무장관이 제안한 이 국제기구는 앞으로 더 두고봐야 윤곽이 잡히겠지만 구소련과 이웃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는 핵무기에 대한 위협과 함께 2차대전직후 자기네 핵과학자들이 미국과 소련으로 유출된 과거의 경험때문에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뿐아니라 지난주 유럽부흥개발은행의 총재는 구소련의 핵탄두를 담보로 구소련의 대외채무를 삭감해주자는 아이디어를 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엊그제 외신은 지난 86년에 있었던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여파로 앞으로 1백만명이 더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기구의 창설도 좋고 핵탄두의 담보도 좋다. 문제는 관리가 허술한 다모클레스의 칼로부터 인류를 멀리 떼어놓는 일이 시급하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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