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성추행 당한 한국 여고생 미 항공사에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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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고생이 4년전 항공기안에서 잠든 사이 자신을 성추행한 백인 남성 승객과 해당 항공사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청구 곧 본재판을 앞두고 있어 주목을 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피해 여고생은 여름방학을 맞아 LA 친지를 방문하고 보호자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던 중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14일 E모(당시 14세)양은 샘슨씨(당시 55세)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를 상대로 각각 정신적인 고통과 업무 소홀을 이유로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E양은 "당시 샘슨은 기내에서 자고 있던 내 손을 끌어 자신의 국부 위에 수 분간 올려놓게 했다"며 "당시 입은 충격으로 수면장애와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E양이 성추행을 당한 것은 2003년 8월 4일 LA국제공항을 출발 일본 나리타를 경유해 인천 공항으로 향하던 UA 897편 기내.

첫번째 식사후 잠이 든 E양은 이상한 느낌에 깨어났고 샘슨씨의 추행을 목격하고는 놀라 고함을 질러 승무원의 도움을 요청했다.

영어에 능숙치 않은 E양은 다른 한인 승객의 도움을 받아 일본계 승무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샘슨씨는 즉시 격리 조치된 뒤 나리타 공항에서 일본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샘슨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으나 귀국 즉시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됐다.

이후 샘슨씨는 2004년 8월 연방법원에 1건의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후 2개월만인 10월 유죄를 인정 6개월 자택 구류와 보호관찰 5년형을 선고받았다.

E양은 샘슨씨와 함께 UA에 대해서는 보호자 없이 여행중인 미성년자에 대한 사전 주의 태만을 문제 삼았다.

E양이 청구한 민사 소송의 본재판은 3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의 미성년자가 신체 부상이 아닌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미국 항공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 소송은 기내 승객간의 문제로 빚어진 탑승객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항공사의 책임 유무를 가릴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여 타 항공사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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