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으로 새 생명 구하는 게 인술"|김수태<서울의대 교수·외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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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의료와 법은 개인과 사회, 나아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심장과 간장 이식을 통한「새 생명 구하기」는 뇌사가 인정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뇌사는 쉽게 말해 뇌간의 기능이 정지해 숨이 멈추는 순간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하게 하고 심 폐는 그대로 살아 뛰는 상태다. 뇌사 자는 의식이 없음은 물론 전신이 마비되며 반사능력도 없고 인공호흡기만 제거하면 심장도 멎는다. 병원에서 이런 환자가 생기면 보호자나 가족이 집에서 임종을 맞겠다고 데려가 그대로 죽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경우 뇌사가 법적으로 인정된다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특히 의사의 입장에서는 장기이식을 통해 새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 것이 바로 인술이요, 당연한 의사의 도리일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뇌사를 인정하는 방향의 조치를 취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이 일찍이 뇌사를 인정했음에도 일본이 이처럼 뒤늦게 뇌사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은 일본 최초의 심장이식 수술 때 법적으로 모호한 상태여서 국민적 거부감이 컸던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일본은 일단 뇌사가 확정되기만 하면 그들의 발달한 의학기술로 미루어 엄청난 수의 이식수술이 뒤따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신장을 매매 이식한다는 소식이 들려 오고 있으나 매매를 통한 장기 이식은 분명한 불법이다. 그러나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장기이식을 통해 생명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 때문일 것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동양 권에서는 드물게 지난 88년3월16일 간이식수술을 성공리에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법적 뒷받침이 없어 이식수술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간이식이 필요한 몇몇 사람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 외국에서 수술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결론적으로 이번 일본의 조치는 이식을 연구하고 있는 많은 외과의사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며 새 생명을 구하는 보람을 심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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