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직접 추천의뢰 큰 의미-한국펜, 최인훈장편 『광장』 노벨상후보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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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펜클럽 한국본부가 노벨상 후보작으로 최인훈씨의 장편 『광장』을 추천한 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된다.
첫째는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한국펜에 후보작 추천을 의뢰했다는 점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는 스웨덴 한림원이 직접 추천하거나 그곳에서 전 세계 문학단체나 문인에게 추천의뢰를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후보로 추천된 우리 문인들은 재미작가 김은국(69년), 시인 김지하(75년), 작가 김동리(81년), 시인 서정주(90년)씨 등 4명이다. 이들 중 김은국씨는 한국펜, 김동리씨는 한국문학진흥재단 등 국내문학단체가, 김지하씨는 일본펜, 서정주씨는 프랑스문학단체 등 해외문학단체에서 추천됐었다. 그만큼 추천의뢰마저 적었던 한국에 이번 추천의뢰가 들어왔다는 점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다음으로는 최씨의 『광장』을 추천했다는 점이다. 문단의 원로도 아니고 문단에 얼굴도 잘 내밀지 않은 최씨를 추천한 것은 세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에 접근해보자는 의도다.
60년 발표된 『광장』은 분단이후 최초로 남북 양쪽체제를 동시에 다룬 작품. 해방직후 주인공 이명준은 밀실같은 남한에 절망, 월북한다. 인민을 광분·타락시키는 광장공화국 북한에도 염증을 느낀 이명준은 6·25중 포로가 된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송환과정에서 이명준은 남과 북을 버리고 제3국으로가는 선상에서 실종된다는 것이 『광장』의 기둥줄거리다.
발표 당시 가위 혁명적 화제를 불렀던 이 작품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데 양 체제에 희생된 주인공의 죽음, 혹은 양체제 통합을 위한 잠정적 잠적으로 읽히고 있다.
소련 및 동구권 국가들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있고, 독일의 통일로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은 한반도의 화해에 집중되는 세계의 이목으로부터 『광장』은 값할 것이라는 게 한국펜의 추천이유인 것 같다.
이데올로기에 의한 동서의 대립이 가장 치열할 때 이 작품이 나와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우리 지식인의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보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이 그때의 세계정치사적 흐름과 밀접하다는 지적이 일반화됐고 또 근래 들어 제3세계 문인들에 많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문학도 이제 노벨문학상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광장』의 추천에서 기대해 보는 것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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