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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50㎞는 보통… 스피드광의 고속도(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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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독 아우토반 “속도제한”논쟁/“산성비·소음등 심각”환경론자들/“교통사고사 딴나라보다 적다”반/여론조사서 “제한두자”72% 찬
스피트광의 천국,독일 아우토반(고속도로)에 속도제한을 두자는 의견을 놓고 독일에서 새삼스럽게 찬반양론이 한창이다.
잘알려진대로 독일 아우토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속도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스피드를 즐기는 운전자들에게 아우토반은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환상의 도로로 통한다.
아우토반에선 시속 2백20㎞로 운전하고 있어도 눈깜짝할 사이에 이를 추월해 사라져가는 자동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아우토반을 달리는 운전자들 사이엔 독특한 운전매너가 정착돼 있다.
벤츠나 BMW등도 뒤에 바짝 붙어서 비키라는 신호로 왼쪽 방향표시 등을 켜대는 고속스포츠카 포르셰 등 「강자」에게는 거의 예외없이 차선을 양보한다. 한마디로 자동차 성능에 따라 상명하복의 질서가 잘지켜지는 것이다.
독일의 모든 고속도로가 속도무제한 도로는 아니다. 삼림보호 구역이나 도시부근에서는 시속 1백∼1백20㎞,공사구간 등에서는 60∼80㎞로 제한하고 있다.
잊혀질만 하면 다시 제기되곤 하는 이 논란의 불씨를 댕긴 장본인은 귄터 크라우제 교통장관. 크라우제 장관은 지난 4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93년 시장단일화에 맞춰 다른 유럽공동체(EC)국가처럼 아우토반에 속도제한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아우토반 사고발생률이 다른 EC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크라우제 장관은 최고시속 1백30㎞인 이탈리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숫자가 아우토반의 경우보다 2배나 높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이에 대해 야당인 사민당과 환경보호주의자 등 속도제한 찬성론자들은 고속주행시 훨씬 많은 양이 발생되는 배기가스가 산성비의 주범이 되고있으며 고속도로변 주민의 소음공해 등을 고려하면 고속도로의 속도는 반드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일 독일 환경부가 속도제한에 찬성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속도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클라우스 퇴퍼 환경장관은 이날 독일 국민의 72%가 속도제한에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크라우제 교통장관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
독일정부는 아직까지 크라우제 장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독일 자동차업계의 강력한 로비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자동차업계는 고속주행시 제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독일제 자동차의 경우 아우토반에 속도제한이 도입되면 시장경쟁력을 상실,독일 국내시장에서 일본차에 밀릴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아무튼 세계적 명물인 독일 아우토반에서 속도무제한이 그대로 존속될지,아니면 환경보호 등에 밀려 사라질지 큰 관심사가 되고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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