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색으로 소비자 눈길끌자”/기업들 「컬러마키팅」 관심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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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특정 계층 겨냥 과감한 색상채택/유행색까지 예측… 가전·의류업체서 활발
『색깔에 승부를 건다.』
특정 수요계층의 기호를 겨냥해 제품색깔을 채택하거나 앞으로 유행할 색상을 예측해 신제품개발때 반영하는 이른바 「컬러마키팅」 바람이 국내업계에 불고 있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10월 혼례용가전제품으로 내놓는 「에버메이트」시리즈에 과감히 녹색을 채용했다.
녹색은 보통 「촌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제품색깔로는 기피돼 왔지만 최근의 환경보호의식에 따른 자연색(에콜로지) 선호현상을 감안,대우가 시도한 것이었다.
삼성전자·금성사가 역시 신혼부부를 겨냥해 내놓은 「네오」(흰색) 「베스트」(푸른색) 시리즈도 나름대로 젊은층의 색상기호를 반영한 제품들이다.
지난 90년 2월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스쿠프도 스포츠카를 구입할만한 20대전후의 부유층 청년계층의 색상기호를 고려한 예다.
일부 수출품에나 채용되던 파랑·빨강 등을 과감히도입한 결과 화려한 이들 원색차종이 지난해말까지의 판매고 2만1천대중 70%이상을 차지하는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 27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를 중심으로 창립된 한국유행색협회는 최근 업계가 제품색에 대해 쏟고 있는 이같은 관심의 한 표본이다.
제일모직·반도패션 등 국내의류·직물·염색업체가 주로 참여한 이 협회는 일반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색상의 흐름을 조사,제공해 새상품을 기획하는 일반업자에게 2년 앞서 유행색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실 패션에 민감한 의류·직물업체들은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제품색상만을 전담기획하는 별도의 부서를 설치,운영해 왔다.
그러나 산업 전체적으로 유행색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해 공급하는 기관이 전무해 외국유행색 정보기관의 예측자료를 그대로 입수해 쓰는 것이 우리업계의 실정이다.
섬유산업연합회 조상호 패션진흥과장은 『그동안 수출위주의 산업구조속에서 외국바이어가 주문하는대로 상품을 만들어 팔기에 급급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내수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소비자들의 색상기호를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수출의 경우에도 시장이 아프리카·남미·동남아 등 비영어사용권국가들로 확대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제품 설명을 되도록 줄이고도 상품을 현재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제품 및 포장의 색상기능에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53년 유행색협회(JAFCA)가 창립된 일본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1천1백여개의 회원사끼리 전산업에 걸쳐 색채정보교류가 활발하다.
미국도 업체에 제품색 자문을 해주는 전문디자이너가 5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1천2백개 기업체 색채전담팀 관계자가 1년에 한번씩 모여 다음해 제품생산을 위한 색상추세를 협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색상정보교류는 이미 60년대에 국제유행색협회(인터컬러)가 설립돼 국제적 차원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비하면 국내의 컬러마키팅에 대한 관심은 일부 패션업계를 제외하면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에 창립된 한국유행색협회에 가입한 업체가 76개사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가전·자동차회사는 금성사·쌍용자동차뿐이고 대부분 의류·직물·염색업체들이다.
국내 옷색깔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패션디자이너 임상민씨는 『가전제품·자동차·가구 등 내구재에 대한 색상기호는 국제적 유행의 흐름을 거의 동시에 타는 의류상품들 만큼 자주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옷색깔이 그 사회,그 시기의 일반색상감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섬유이외의 산업분야도 체계적 유행색 예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유행색협회등 패션전문기관들은 올해의 유행색 역시 생태계보호의식을 반영,풀잎·단풍·땅·바다·과일 등 자연색계통의 밝은색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지구에서는 더이상 깨끗한 것이 없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은색·회색 등 우주적 신비지향의 색깔들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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