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진통 김진현 과기처장관(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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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행정편의대로 지정안해”/주민들반대 이해… 대화로 풀 것/섬도 검토대상 내년이후 결정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의 해묵은 숙제인 방사성폐기물관리 부지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과학기술행정의 수장자리에 오른 김진현 과기처장관.
지난 1년여 동안 과거의 연장이나 신진국의 모방만으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극일」「기술주권론」「질의 힘」을 강조해가며 과학기술혁신 종합대책을 만들어 내고 한미과학기술협력협정 체결을 성사시키기도 했던 논객 김장관은 요즘 폐기물 부지 후보지역에서의 계속되는 시위에 다소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그러나 그는 대명대도의 원칙을 따르겠음을 거듭 강조하고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며,또 그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차있다. 그로부터 방사성폐기물 부지 선정과 관련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봤다.
­방사성폐기물 부지문제로 고민이 많으시겠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시겠습니까.
▲추진하기에 가장 어려운 과제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지난 89년에는 경북지역에서 주민들의 반대로 후퇴했고 90년에는 안면도에서도 그랬습니다. 차라리 이런 과거가 없었더라면 일하기가 좋았을 겁니다.
거기에다 민주화 격동기라는 현재 시점에서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또 원자력만이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문명사적인 미래문제,다시말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바로 이 방사성폐기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후보지역 발표후 해당지역에서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일텐데 공개 해야했던 이유라도 있습니까.
▲정부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선정하겠다는 것을 수차례 밝힌바 있습니다. 이미 발표된 6개지역은 학계의 연구결과에서 도출된 것으로 조사방법·내용·결과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뢰 확보 차원에서 숨김없이 공개돼야 합니다.
반대시위는 민주화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상으로 이를 피하기보다 사실대로 밝혀 지역주민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의해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더 값지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이런 시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우선 원자력·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왜곡돼 있고 최근의 민주화과정에서 사회 각층에 팽배해 있는 지역집단이기주의,전반적인 정부시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지만 과거의 원자력정책이 너무 귄위주의 행정에 안주했다는 점도 있습니다. 원자력정책은 민감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지요. 저는 이 자리에 있으면서 행정부나 한전·원자력 전문가의 횡포가 있었다는 사실을 간파했습니다.
­우리나라 반핵운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민주사회에서 적법한 반대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듯 찬성의 자유 역시 함께 보장돼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찬반의 자유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를 둬야 하며 국가대의차원의 건설적인 대안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혹시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일반국민을 선동하고 원자력에 대한 이해를 오도할까 걱정됩니다.
다행히 최근들어 반핵인사 가운데서도 폐기물사업을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 매우 고무적입니다.
­최종후보지선정은 어떤 절차로 언제쯤 하실겁니까.
▲이 사업의 주관기관인 원자력환경관리센터가 이미 접수된 자원지역,대학의 연구용역 결과뿐 아니라 도서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종합검토해 「협의대상지역」후보를 선정,과기처에 보고하게 됩니다. 정부는 이를 접수하면 다각적이고 고차원적으로 검토해 「최종협의대상지역」한 곳을 발표할 것입니다. 그런 후에 협의에 들어갈 것입니다. 현재는 센터의 검토단계에 있습니다.
발표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출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난 이후가 될 것입니다. 지방자치가 완전히 정착되고 지방의 책임있는 협의당사자가 등장해야 합니다(최소한 내년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됨).
그리고 이 사업은 손발이 없는 과기처 혼자서는 못합니다.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어떻게 과기처 혼자 할 수 있습니까. 주민합의를 얻겠다는 것은 말장난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주민합의 없이 어떻게 땅을 살 수 있을 것이며,어떻게 지질조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정부로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갈 것입니다. 모든 행정적·법률적인 수순을 다 밟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고통도 당할 것입니다. 이렇게라도 고통을 당하는 것이 비밀스럽게 강압적·일방적으로 함으로써 오는 부작용보다 백번,천번 나은 것 아니겠습니까. 거듭 밝히지만 절대로 무리수는 두지 않습니다.
­안면도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면도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곳이 여러가지로 좋긴 좋은 모양입디다. 환경관리센터로서야 욕심이 안생길 수가 없지요. 그러나 정부가 안하기로 한번 약속했던 사항입니다.
지난해 6월 제227차 원자력위원회에서 안면도에 추진키로 했던 사업계획을 철회한바 있어 11월의 자원지역 발표때에도 안면도를 검토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많은 가구가 자원신청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습니다.
주민과의 협의과정에서 『고준위폐기물은 싫다,저준위만 받아들이겠다』고 고집하면 이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이는 저준위폐기물인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과 고준위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분리건설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끝으로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정부는 끝까지 인내해가며 시간을 갖고 합의,추진할 것을 거듭 약속드립니다. 행정편의주의적으로는 하지 않습니다. 한번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정부로서는 원자력문제에 대한 찬반 입장 모두를 존중하고 있이므로 찬성이든 반대든,개인이든 집단이든 폭력행동을 자제해 주시고 이성적 판단에 따라 토론과 협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비록 시간은 좀 걸릴지 모르지만 이것이 국가적 사업이고 공동체 사업임므로 언젠가는 국민들이 이해해 주시리라 확신합니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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