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교장선생님들의 불만/양선희 사회1부 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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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2월 창립된 한국 국공립 중학교장회(회장 홍정식)가 10일 연수회를 갖고 1천여명의 회원이 모인 자리에서 「교장임기제개선」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교장임기제를 둘러싼 갈등의 제2라운드를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학교 교장들의 이같은 집단움직임은 교육당국·일선교장·교사 3자간에 팽배해 있는 상호불신·교육여건의 부실에 대한 현장의 불만등 우리 교육의 뿌리깊은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장임기제는 87년 대통령선거당시 노태우후보의 공약으로 제시된 이후 3년여간 갑론을박의 우여곡절끝에 일선교장들의 반발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지난해 9월부터 강행됐다.
당시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교장임기(4년·중임 1회가능) 만료후 교장의 신분보장문제였고 당시 교장들사이에서는 임기제 자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었다.
교장회의 창립도 교장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번 모임에서 일선 교장들은 교장임기제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한걸음 물러서는 대신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임기제가 교육현장에서 교장의 권한과 지도력을 약화시켜 학교경영을 위태롭게 한다며 교사임용권과 재정권을 학교장에게 위임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임기제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교사들도 교장과 마찬가지로 임기제를 둬 계속 재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결국 교장들이 제안한 임기제개선방안의 속셈은 결국 「교장의 권한강화」라는 실리추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 교장회의는 『오늘날 학교교육이 실패하고 있는 것은 교육부 관리들이 교육에 문외한인 일반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라며 『교육전문가들로 교육행정관리를 임명할 수 있는 정부조직법의 시행령을 조속히 제정·시행하라』고 요구하는등 교육당국에 대한 불신도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중학교교장들 사이에서 먼저 일어난 것을 두고 중학교육이 학부모사이에서도 무관심지대에 속하고,교육예산도 고등학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교사들도 기회만 있으면 고등학교로 옮기려고 하는 등 국민학교나 고등학교에 비해 소외되고 있다는 상대적 피해의식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묵묵히 일선에서 교육을 맡아온 교장들이 한목소리로 교육여건 개선을 주장하고 나왔다는 점에서 교육부등 관계기관에서는 이를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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