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대구세계육상] 달구벌을 빛낼 스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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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구, 2013년 모스크바."

28일(한국시간) 케냐 몸바사의 화이트샌즈 호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가 발표되는 순간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5.러시아)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곧 정신을 차린 그녀는 김범일 대구시장에게 다가가 "축하한다"며 포옹했다. 순간, 그녀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당황한 김 시장에게 이신바예바는 "2013년이면 내 나이가 서른이 넘는다. 그때까지는 선수 생활이 어렵다. 2011년 모스크바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는데"라며 훌쩍였다. 이신바예바는 2005년 9월 대구 국제육상대회에 대구시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 김 시장을 처음 만났고, 환대에 고마워했다.

이신바예바 개인의 소망은 무산됐지만 반대로 대구는 소중한 역사를 지니게 됐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불세출의 스타 이신바예바의 마지막 무대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대구와 이신바예바의 좋은 인연은 2011년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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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바예바는 실내외를 합쳐 20번이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웠고, 여자 선수로는 처음 '마(魔)의 5m'(5m1㎝)를 넘은 스타다. 대구 대회 때는 29세가 되지만 그때까지도 세계 정상을 지킬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모니카 피렉(27.폴란드)이 뒤를 쫓고 있지만 최고 기록이 4m75㎝에 불과하고, 더구나 나이가 많아 대구 대회 때는 출전하기 힘들 것이다.

이신바예바와 함께 대구 국제대회에 출전한 남자 110m허들 세계기록(12초88) 보유자 류시앙(24.중국)도 2011년에 다시 대구를 찾을 수 있다.

이들 외에 2011년 대구를 빛낼 선수는 역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칼 루이스(미국)와 벤 존슨(캐나다)이 벌인 세기의 대결 이후 23년 만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남자 100m 대결은 국내 육상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4년 뒤 대구에서 우승을 다툴 선수는 현 세계기록(9초77) 보유자 아사파 파월(25.자메이카)과 타이슨 게이(25.미국.최고기록 9초84)가 꼽힌다. 물론 대구시는 수영의 박태환처럼 혜성과 같이 나타나는 젊은 스프린터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몸바사=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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