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코리아] 중·일 군사력 긴급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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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군비 확대에 대처한다는 이유로 지난 몇 년간 자위대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왔으며 지난해 북핵 실험 이후엔 더욱 속도가 붙었다. 올해 1월 9일엔 방위청을 방위성(국방부에 해당)으로 격상해 총리를 거치지 않고 중요 안건을 직접 각료회의에 제출하고, 독자적으로 예산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등 제도도 정비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전력 증강 사업이 탄도미사일 방어력 강화다. 해상자위대는 한국이 보유하지 못한 첨단 SM-3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도록 4척의 곤고(金剛.7250t)급 이지스함을 현재 업그레이드 중이다. SM-3를 갖추면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지스함들은 2010년 작업이 끝나는 대로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에 앞서 올해에는 동일 기능을 갖춘 차세대 아타고(愛宕.7700t)급 이지스함이 실전 배치된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한 것이 첨단 무기 체계 취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올해 중 100여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첨단 이지스급 헬기 탑재 호위함(DDH)을 미국에서 975억 엔에 도입하고, 562억 엔짜리 미사일 탑재 잠수함도 들여오는 등 해상 전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낡은 F-4s 90대와 F-15 200대를 2009년까지 250~300대의 신형 전투기로 교체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도 큰 관심을 모은다. 자위대가 공군 전력을 최대한 증강해 지상군을 지원한다는 '에어 커버' 개념을 내세워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첨단 F-22(랩터) 스텔스 전투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이나 중국의 어떤 항공 무기체계보다 뛰어나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인 데다, 전투행동반경이 1200㎞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중국 동부 산업지역까지 작전권에 넣을 수 있는 가공할 전투기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F-22의 가공할 전력 때문에 미 의회가 해외 판매를 거부하자 일본 측은 유럽 컨소시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흘려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과 MD 참여를 내세워 모두 7140억 엔을 투입, 패트리엇 미사일 최신 기종(PAC-3) 등을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도쿄 주변 수도권에 이동 배치할 수 있게 했다.

조기경계기 E-767 4기, E-2C 13기 등 막강한 첨단 전자전력을 갖춘 데다 올해부터 정찰위성 4기 체제를 완비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일대를 24시간 감시하는 능력까지 확보했다. 2012년까지는 80대의 해상초계기를 도입, 남중국해와 동해 등에서 해상 초계 능력을 강화할 예정이며 북한.중국을 감시할 무인정찰기 도입도 추진 중이다.

◆ 중국=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17.8% 증가한 449억 달러로 대폭 늘렸다. 이는 한국 방위비의 1.5배이며, 지난해 일본 방위비 411억 달러를 넘어선다. 게다가 실제로는 그 세 배에 이른다는 관측도 많아 주변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68억 달러의 증액분은 주로 군사장비 현대화에 사용할 예정이다.

중국은 특히 군사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1월에는 위성공격용 미사일(ASAT)을 발사해 859km 상공에 떠 있던 인공위성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와 함께 첨단 무기체계 도입에도 박차를 가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작전을 펼 수 있는 전략 무기인 항공모함도 건조 중이다. 중국은 9만3000t급 대형 핵추진 항모를 자체 건조 중으로 2020년께 전력화할 전망이다. 이와는 별도로 과거 러시아에서 사들인 6만7500t급 미완성 항모 바랴크호를 내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조 중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르면 내년에 세계 10번째 항모 운용국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함재기인 Su(수호이)-33 50기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계약을 했다. 이는 중국 군사력이 지역 분쟁에 개입하는 전술적인 수준을 넘어 세계 전략을 펼 수 있는 수준으로 일취월장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중국은 또 뤼하이급 이지스함 4척을 건조하고, 사정거리 8000㎞인 쥐랑-Ⅱ 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핵잠수함 3척을 2010년까지 확보하는 등 대양해군 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해 12월 해군에 "해양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강력한 해군을 건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항공 전력도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 미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최근 오키나와에 배치한 F-22를 공략 대상으로 상정, 201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J-13과 J-14를 자체 개발 중이다. 이 잡지는 이 첨단 기종들이 현재 한국.일본.대만이 보유한 어떤 전투기보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날 것으로 예상돼 동북아 지역의 군사력 균형을 깨고,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Su-27을 J(젠.殲)-11이라는 이름으로 라이선스 생산하는 것 외에, J-10을 자체 개발해 최근 60대를 실전 배치했다. 이 기종들은 일본의 주력기인 F-15J나 한국 공군의 주력인 F-16에 맞먹는 성능이어서 지역 긴장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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