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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소각장 갈등 '윈윈 해법'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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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런 상황에서 현재 가동률이 저조한 양천.중계.일원 쓰레기 소각시설의 처리율을 높이면 수도권 매립장 반입량을 줄이고 처리 예산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신 소각장 반경 300m 이내 아파트의 난방비 할인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양천구 소각장에 인근 구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반입하려는 서울시 대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근 강남구 일원동 소각장을 인근 구청과 공동 이용하는 방안을 놓고 실시된 지역 주민 찬반 투표에서도 55%가 반대했다. 주민들은 연간 60억원의 지원을 포기했다.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소각 시 발생되는 유해물질로 인한 장기적인 건강 위해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다른 구청 쓰레기의 소각을 허용하면 유해물질 발생량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각계 전문가들이 여러 언론을 통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교통.재산 피해에 대한 영향조사를 실시하고, 문제가 있다면 해법을 제시하되 협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라는 것이다. 둘째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소각장 운영방안 모색, 시설 안전운영대책의 투명성 제고, 협상 내용과 이행상황 공개 등이다. 셋째는 환경정책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공유시설이란 그럴듯한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공짜로 쓰레기를 태울 수 있는데, 누가 자기 지역에 소각장 설치를 허용하겠는가라는 데 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필자는 몇 가지 대안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강 피해 우려 해소 대책이다.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보강해 전문가의 검증을 받고, 오염물질 배출 측정치를 상시 공개하는 것이다. 둘째는 시설 경계 지역에는 가능한 범위에 나무를 심어 소음.악취를 줄이고 유해가스 감지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고육지책이겠지만 관련 고급 공무원들이 재임기간에 인근 아파트에 입주해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무공해 시설임을 몸으로 보장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 도쿄도의 무사시노시는 소각장을 도심지 시청 옆에 설치해 담당 공무원이 항상 감시하는 체제를 마련했다. 넷째는 불편 감수에 대한 보상대책이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구입비, 폐열 에너지 이용 비용, 주민 특수 건강검진 비용 등의 지원 확대다. 끝으로 시설이 급작스럽게 고장나 오염물질 배출량이 초과할 가능성에 대비해 예보.경보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또한 주민들에게는 장치시설인 소각시설이 8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해 처리 효율을 높이고, 설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양보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최주섭 경희대 생물학과 겸임교수·한국폐기물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