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잃어버린 10년' 일본의 탈출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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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기업인 소니는 2002년 중국에서 만들던 수출용 8㎜ 비디오카메라 공장을 폐쇄했다. 그러곤 설비.장비 등을 일본으로 가져와 나고야(名古屋) 인근에 공장을 신설했다.

일본 정부가 1949년 대도시의 인구 밀집을 막기 위해 시행했던 '공장 등 제한법'을 2002년 폐지하자, 소니가 '공장 귀환'을 선택한 것이다. 소니뿐 아니다. 이때부터 중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겼던 일본 기업들의 유턴이 봇물을 이뤘다. 캐논은 2003년 국내 생산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생산거점을 일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에 2004~2006년 신규 설비투자(7800억 엔)의 80%가 일본에서 집행됐다. 샤프도 2003년 1000억 엔을 들여 일본에 액정 패널 및 TV 공장을 짓고 중국 등지에 있던 생산시설을 옮겨왔다. 현재 제2공장도 짓고 있다. 켄우드.마쓰시타 등 다른 전자업체들도 유턴 대열에 동참했다. 온워드 카시야마 등 전형적인 개발도상국형 산업으로 꼽히는 봉제업체도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는 2000년대부터 일본 정부가 벌여온 기업 규제 혁파 실험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부는 10년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2001년 초부터 각종 경제 규제를 없애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생산거점을 옮긴 대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일본 정부는 '공장 등 제한법'을 폐지한 데 이어 2006년에는 '공장재배치촉진법'(72년 제정)도 없앴다. 이는 공장들이 대도시로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공업지역을 재배치하는 근거로 작용했던 법이다. 내년에는 공장 녹지 면적을 의무화한 '공장입지법'(73년 제정)을 바꿔 녹지 면적 비율도 낮출 계획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8일 일본 규제 정책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일본의 규제 혁파가 해외로 나갔던 일본 기업들은 물론 외국 기업들을 일본에 더 많이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이후 대기업.노동.창업 등 분야에서 총 1500여 건의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해 말 일본 내각부가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규제 정도를 측정(규제 지표치)해 보니 95년을 1로 봤을 때 2005년 제조업은 0.227, 비제조업은 0.326 수준이었다.

이 규제 지표치가 10% 줄어들 때마다 모든 산업의 생산효율성이 0.1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기업 활동을 막는 규제를 줄이니 경제가 활성화함을 입증한 것이다.

실제로 2002년 853만㎡였던 공장 착공 면적(창고와 사무실 제외)은 지난해 1567만㎡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황동언 대한상의 기업애로종합지원센터팀장은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샌드위치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같은 과감한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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