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의 주주총회가 열린 16일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이 박용성 전 두산 회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다 진행요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박 전 회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하기 위해 소액 주주의 위임장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와 아들 간에 표 대결 논란이 일었던 동아제약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소액주주가 58%나 돼 양측이 위임장을 받기 위해 대결을 펼쳤습니다. 주총 직전 극적으로 부자 간 합의가 이뤄져 최종 표 대결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요즘 샘표식품이나 동아제약처럼 '주주총회를 앞두고 위임장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회사 중 상당수가 3월에 주주총회를 하기 때문에 그런 뉴스가 많이 나옵니다. '위임장 확보전' 대신 '위임장 대결'이란 말도 쓰이죠. 위임장이 무엇이고 어떨 때, 왜 필요한 걸까요.
위임장 확보전은 주주총회에서 자기편을 많이 만들기 위한 경쟁입니다. 여러분, 학교에서 회장 선거 해보셨죠. 혹 후보로 나가 보셨어요. 혼자 후보로 나서는 경우도 있겠지만 서너 명이 후보로 나온 상태에서 여러분이 회장에 당선되려면 지지하는 친구들이 많아야 하잖아요. 처음부터 여러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친구도 있겠지만 별로 관심이 없는 친구를 여러분 편으로 만들려면 '내가 이런 저런 이유로 회장이 되려 하니 날 찍어 달라'고 설득해야겠죠. 주주총회에서의 위임장 확보전도 이와 비슷한 거예요. 회사의 중요한 정책에 대해 내 뜻이 반영되도록 내 편을 많이 만드는 거죠.
주주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소유한 사람입니다. 지분이 있다고 해요. 주주총회는 그런 주주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사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입니다. 줄여서 주총이라고 합니다. 의결권은 주주총회에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보통 학교 회장 선거 때는 한 사람당 한 표가 있잖아요. 그런데 주주총회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주주가 가지고 있는 주식 수에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100주를 가지고 있으면 100표만큼의 투표를 할 수 있고 10주를 가지면 10주만큼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에요.
회장 선거 때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과 같은 정족수가 있듯이 주총에서 회사 정책을 결정할 때도 정족수가 있어요. 일반적인 정책을 결정할 때는 '출석한 주식의 과반수와 의결권 있는 주식 전체의 4분의 1 이상 찬성', 영업권을 넘기거나 이사를 해임하는 등 중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출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 의결권이 있는 주식 전체의 3분의 1 이상' 등이 그것입니다.
주총에서 내 뜻을 반영하려면 주식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려면 주식을 많이 사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게 단점입니다. 이럴 때 주식을 가진 다른 주주들에게 '내 편이 돼 달라'고 요청해 위임장을 받으면 돈을 적게 들이고도 자신의 뜻을 반영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 법은 위임장 권유를 회사나 주주를 포함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회사 주식의 10%를 가진 A주주가 마음에 안 드는 회사 정책이나 이사를 바꾸고 싶다고 가정해보죠. 하지만 주식 수가 적어 자신의 뜻을 이루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저런 이유가 있으니 당신이 가진 주식의 의결권을 내가 행사할 수 있도록 위임해 달라"고 다른 주주 설득에 나서는 겁니다. 이럴 때 경영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영진이 가진 주식 수가 충분해 A주주가 아무리 위임장을 받아도 표 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면 무시해도 됩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A주주처럼 다른 주주를 설득해 "내 편이 돼 달라"고 해야겠죠. 그래서 위임장 대결이 이뤄지는 겁니다.
사실 소액주주 대부분은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데 관심이 높지 자신이 가진 의결권을 활용해 회사의 정책 결정에 참가하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잘못된 결정을 해 영업 실적이 나빠지거나 경영에 어려움이 생기면 주식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게 됩니다. 위임장 대결이 벌어지면 소액 주주들은 회사 가치를 더 많이 올려줄 것으로 보이는 쪽의 손을 들어주게 마련이지요.
염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