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통합-UR협상-NAFTA|3대 경제협정 올해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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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세계3대 경제협상이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일단 올해로 넘어왔다.
이는 협상형태가 쌍무협상이 아닌 다자간 협상이어서 서로의 이견조정이 워낙 복잡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참가국들의 경제수준차이로 인한 이해관계의 대립도 협상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들 협상의 발걸음이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UR협상은 둔켈 GATT사무총장이 제시한 최종 협상안에 대한 17일 최후의 담판을 남겨놓고 있고 EC통합도 소련의 몰락이 가져온 힘의 공백기를 틈타 협상속도를 최대한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 협정(NAFTA)도 미대통령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타결에 들어간다는 미국의 입장에 비추어 내년 초까지는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90년대는 물론 2000년대의 세계경제 판도를 결정짓게될 이들 3대 협상의 흐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더듬어본다.


57년 로마조약 이후 관세동맹→통화동맹→정치동맹의 EC통합수순은 단지 도상전략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지난 한해동안 EC통합협상의 진전은 지난 30여년의 협상성과를 합친 것보다 컸고 유럽이 역사상처음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내 보였다.
게다가 지난해는 그동안 주력해온 관세동맹의 단계를 벗어나 유럽은행의 창설과 단일화폐 도입을 위한 통화동맹에 대해서도 99년을 목표로 논쟁을 시작하는 질적 도약을 이룩했다.
올해도 EC통합은 소련의 와해에 따른 힘의 공백기를 틈타 독일과 프랑스의 주도로 99년 통화동맹의 완성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세나 통화의 경우 참가국들이 서로 이익을 보는 측면이 강하지만 이를 제외한 노동력의 역내 자유이동, 농업문제, 남·동유럽에 대한 서유럽의 경제지원 등은 경제와 정치·사회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협상의 진전을 방해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미행정부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UR협상의 타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국내경제에 대한 단기적인 처방이 부를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일단 외부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어내 이를 대통령선거에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7개 분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는 UR협상은 특히 농업분야가 걸림돌이 되어있다.
그 중에서도 예외 없는 개방원칙을 둘러싼 케언즈그룹(농산물 수출국가)과 농산물 수입국가와의 대립, 농업보조금 철폐문제에 대한 미국과 EC사이의 팽팽한 대립 등 두 문제가 남아있는 최대의 현안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예외 없는 개방원칙은 통상보복을 암시하며 힘으로 밀어 붙이고, 농업보조금 문제는 미·EC의 정치적 협상으로 담판을 지으러 했지만 막상 둔켈 GATT사무총장이 제시한 최종협상안은 미국과 EC 모두에 거부됐다.
EC는 농산물 국내가격을 보상하는 가변부과금제도의 포기와 농산물 수출 보조금삭감에 반발했고 미국은 웨이버조항(수입제한 허가)포기와 통상법 301조의 적용제한에 불만을 표시했다.
17일 UR는 최후의 담판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은 세계교역량의 11%에 불과하지만 「농민보호」라는 국내정치문제와 연결돼 있는 만큼 설사 UR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에 따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론에는 일단 합의했지만 미국이 UR협상을 서두르는 바람에 진척속도가 일단 늦추어졌다.
그동안 NAFTA협상의 최대 장애물이던 미국 내 여론 분열은 지난해 미의회에서 신속협상권 연장안이 통과되면서 잠재워졌다.
현재 남아있는 현안은 원산지규정인데 미국은 60%선으로 끌어올리려는데 반해 캐나다와 멕시코는 외국자본유치를 위해 현재의 50%선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미행정부가 연말까지 UR협상을 마무리짓고 대통령선거가 끝나는 내년 초에는 EC통합과 지역주의에 대항, NAFTA협상도 완전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는 세계 3대 경제협상이 판가름나는 중요한 전환기라 할 수 있다.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세계경제의 블록화 추세 속에서 지역주의가 심화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할 수밖에 없는 「선택의 한해」라 할 수 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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