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선수권 유치 위해 표심 어떻게 잡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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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품질에 있었다.

아무리 미끼 상품을 끼워 팔아도 소비자들은 품질이 뛰어난 물건을 선택했다.

경쟁 도시인 브리즈번(호주)이 '숲 속 별장 같은 분위기의 스타디움'이라고 집요하게 선전을 해도, 러시아 정부가 국제육상연맹(IAAF)에 '거액을 후원하겠다'는 선심 공약을 내세워도 투표권을 가진 IAAF의 집행이사들은 흔들림 없이 대구를 지지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최고 시설을 갖춘 경기장에서 뛰고 싶어한다. 이 같은 평범한 욕망을 대구 유치위는 파고들었다. 28명의 집행이사 중 19명이 선수 출신임을 간파한 유치위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브리즈번의 25년 된 스타디움은 낡았고, 1980년 올림픽을 치른 모스크바 스타디움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대구유치위 간부들이 현장으로 날아가 이를 직접 확인했고, 이 같은 판단은 지난달 대구를 찾은 IAAF 실사단의 눈을 통해 거듭 확인됐다.

대구 육상세계선수권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사용될 대구 월드컵경기장은 IAAF로부터 1등급 경기장 인증을 받은 곳이다. 2003년 유니버시아드 당시에는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이렇게 좋은 시설을 놀리는 것은 아깝다. 세계육상선수권을 유치해보라"고 제안할 정도였다. 대구 유치위 김중재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9일 동안 달리고, 뛰어 넘을 스타디움의 품질 차이가 표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최고 시설(Best facility)과 만원 관중(Full stadium)=시설에서 비교 우위를 점한 대구유치위는 경쟁도시가 약점으로 공격하는 '빈약한 관중'을 역으로 공략했다. 바로 대구 세계육상을 지지하고 참여(관람)하겠다는 80만 시민들의 서약서다. 자필로 주소, 이름, 사인을 새긴 서약서는 책으로 만들어져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집행이사들 앞에 1m 높이로 놓였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프레젠테이션 인사말에서 서약서 책더미를 가리키며 "바로 80만 명의 시민들이 대구육상장을 찾겠다는 맹세문"이라고 목청을 높이자 집행이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은=6만6422석의 관중석을 갖춘 대구 월드컵경기장은 2001년 6월 완공돼 트랙.조명.전기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종합경기장이다. 트랙은 IAAF가 요구하는 8개 레인(직선구간 9개 레인)을 잘 갖추고 있다. 타원형 지붕은 경기장 좌석의 72%를 덮고 있다. IAAF는 지붕이 좌석을 모두 덮은 스타디움을 원하지만 브리즈번이나 모스크바 경기장은 그나마 본부석에만 지붕이 있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에는 도핑 테스트실.인터뷰실.시상준비실.선수탈의실.선수대기실 등 크고 작은 161개의 방이 있다. 넓은 VIP 룸(118 평방m)과 VIP 리셉션홀(519 평방m)은 특급 호텔 수준으로 꾸며져 있다. 또 주경기장 서남쪽의 보조경기장은 2500석의 관중석에 트랙 등 모든 시설을 주경기장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몸바사=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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