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 예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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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의 3대기서 가운데 하나인 『서유기』는 그 기상천외한 구상과 통쾌무비한 모험담으로 서양의 『아라비안 나이트』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 『아라비안 나이트』와 달리 『서유기』의 매력은 그 저류를 이루고 있는 기본정신이 범부가 품고 있는 생활감정 그대로라는 점에 있다. 가령 주인공격인 손오공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는 의에 강하고 약자를 돕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반대로 탐식과 호색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다.
작가는 바로 그 기미를 교묘하게 포착해 이 작품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이 원숭이의 대서사시 『서유기』에 대해 임오당박사는 탁월한 견해를 밝힌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그 불완전한 반인간적 동물들의 서방정토 순례여행과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지력을 대표하는 원숭이 손오공,보다 더 저급한 인간성을 대표하는 돼지 저팔계,상식을 대표하는 사오정,지혜와 정도를 상징하는 현장법사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인데 현장은 이 진기한 시종들의 보호를 받으며 불전을 얻기 위해 중국에서 인도로 험난한 여행길을 떠난다.
그런데 인류사를 잘 고찰해 보면 그 본질에 있어 인류의 우행과 장난으로부터 늘 위험에 처하는 것이나 이들 어중이 떠중이 불완전한 짐승들의 순례행이나 조금도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모자라는 정신력과 열정때문에 온갖 고생을 다 겪지만 그러나 현장은 이를 달래고 때로는 벌하면서 성자의 경지를 목표로 여행을 계속한다. 진보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 그대로다.
그러나 이들 동물가운데 영리하면서 장난꾸러기이기도 한 손오공에 대한 임오당 박사의 애정은 각별한데가 있다. 온갖 재주와 신통력을 발휘,천국의 신들을 골탕먹이던 그가 부처님의 손바닥 안에서 드디어 겸양의 미덕을 깨우치는 모습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손오공의 노여움·복수·성급함·호색·자부심·장난기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임오당 박사의 그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높은 지능을 가졌으며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을 수 있고 입체적으로 사물을 보는 눈을 지녔다. 거기에다 협력과 친화를 아는 동물이기도 하다.
그 원숭이 해에 우리는 이웃을 더욱 사랑하고 서로 돕는 지혜를 배워야할 것이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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