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선진농업연구회 지재식·김덕규씨(앞서뛰는 사람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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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위기의 농촌」에 풋풋한 새바람/두 농학사 「선진농법」심는다/채소 수경재배·난 배양 꿈펼쳐/「질좋은 무공해」두배받고 시판/회사 그만두고 귀농… “원하는 농가에 기술보급”
내일을 위해 오늘 남몰래 흘리는 값진 땀이 있다. 남이야 뭐 과거나 자신이 선 자리에서 제몫을 다해 밝은 내일을 열어가는 보통시민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통일·민주·번영의 새시대를 예비해 앞서 뛰는 이웃들의 얘기를 시리즈로 엮는다.
흙을 일궈 황금을 거두는 「과학영농」 농업혁명에 젊음을 던졌다.
「우리 농업을 살리자」는 대의에 의기 투합,직장을 그만 두고 농촌에 뛰어들어 경북경산군 자인면 울옥리 비닐하우스에 「경산선진농업연구회」간판을 내건 지재식(31·충북대 농대출신)·김덕규(31·경북대 농대출신) 두 젊은 농학도.
우루과이라운드와 거센 농산물 개방 압력쯤은 겨뤄볼만한 싸움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92년 새해 새아침을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으로 맞고 있다. 92년도 경영목표 총매출 1억5천만원,순이익 9천만원.
경영기법은 공기·물로만 농작물을 재배하는 수경재배법,생산제품은 채소류와 배양 난.
『월급쟁이로 한평생 지내서야 되겠느냐는 직장인으로서의 평범한 불만이 오늘을 있게했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개인적으로 돈을 벌어 값지게 쓸 수 있다면 그것 이상 좋은 일이 있겠습니까.』
85년 대학을 졸업한 지씨는 영천 녹우원이란 농장에서 식물조직을 배양하는 일을 했고 김씨는 대유화학이란 비료공장 연구개발부 사원.
회사업무 관계로 자연스레 알게된 이들은 『농촌에 농장이 단지화되면 자재구입·판매·기술보급 및 지도등을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저렴한 생산비로 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데서 출발,면밀한 계산을 근거로 농촌으로 뛰어들었다.
우선 지난해 4월 선진농업연구회를 조직,다른 작물에 비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채소류의 수경재배와 난의 조직배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7월에는 군비 9백만원·농어촌발전기금 5천2백50만원·새마을 소득기금 2천만원을 융자지원받고 1인당 2천5백만원씩 출자한 5천만원등 모두 1억3천1백50만원으로 밭 2천평에 비닐 하우스 4동 1천4백평,조직배양실 1동을 지어 물순환장치·가온장치·물공급장치·환기장치·열풍기·보일러시설을 갖추었다. 『혼자라면 어려운 일도 둘이서 머리를 맞대면 쉽게 풀어지더군요. 엄연한 기업경영이니만큼 의견대립이 있을때는 자료를 근거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일단 결론이 나면 그대로 밀고나갑니다.』
지씨는 대학에서 원예를,김씨는 농화학을 전공해 상호 부족한 영농기술을 보완해간다.
농장에서 생산된 채소류는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로 대구시내 각 백화점·대형슈퍼마킷에 일반노지 재배 농산물보다 배나 높은 가격으로 출하된다.
특히 채소류가 운반중에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시중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비닐포장 대신 PVC통포장을 사용한다.
현재 손익계산서는 평당 12만원의 소득으로 영농비·감가상각비·운영비를 빼면 순소득 6만원.
『10월1일 첫출하를 했습니다. 쑥갓 2백g에 6백원씩 6백만원의 소득을 올렸지요. 만족스런 첫거래였어요. 현재는 오는 2월에 미나리·케일·시금치·파를 출하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경재배법은 일반노지 재배 비닐하우스보다 시설비는 10배이상 투자되지만 시설이 끝나면 노동력등 영농비를 10배정도 절감할 수 있는데다 우수하고 품질좋은 무공해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영농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모든 농작물은 수경법으로 재배가 가능하므로 땅이 좁고 인건비가 비싼 우리여건에서 이같은 선진기법의 농업방법이 확대돼야 한다』며 과학영농의 기술전수를 희망하는 모든 농가에 기술을 보급,지도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울산=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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