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부분교체…총선前에 '한번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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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연말 개각 방침을 밝히면서 2기 내각 인적 개편 작업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일단 연말 개각은 盧대통령의 공언대로 '소폭'의 실무 교체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이라는 거대 변수가 있고 盧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과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대규모 총선 징발 가능성이 있어 내년 초께 다시한번 인적 개편의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분기점은 내년 1월 11일의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직전과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2월 15일)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각 당의 지지도 추이와 총선 판세, 특검 수사 등의 정국 흐름도 인적 개편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 소폭 개각을 밝힌 노무현 대통령은 7일 "분위기 쇄신 인사가 아니라 국정운영의 방향과 사람을, 또는 과제.목표와 사람을 일치시키는 실무적이고 실질적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 밀려서도 아니고, 국면을 바꾸기 위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盧대통령의 개각 관련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크게 봐서 경제라인은 합격, 외교.통일라인도 만족인 데 반해 사회 분야의 일부 각료를 교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盧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는 한나라당도 별 시비가 없을 만큼 한다"고 했고, 특히 "경제팀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빛을 볼 때가 됐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둘러싼 전교조 사태와 학원강사의 수능 출제위원, 복수정답 파동의 책임을 물어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교체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개혁을 기대했던 尹부총리가 교육부 관료들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유치와 관련해 성급한 보상금 발언으로 혼선을 낳았던 윤진식 산자부 장관도 거론된다. 위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무장관을 교체해놓고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많았다.

이밖에 김화중 보건복지.권기홍 노동장관 등의 업무 평가도 썩 높지 않은 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金.權장관과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 등으로 고전했던 최종찬 건교부 장관 중 일부는 총선 차출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구상고 출신인 이영탁 국무조정실장의 영남지역 출마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전언도 있다.

청와대는 연말 인사를 위해 이미 장관들의 업무성취에 대한 평가를 해왔으며 이와 별도로 총리실에서도 18일 부처의 업무성취도에 대한 발표를 준비 중이다. 盧대통령은 이날 각 부처에 연말 고위 공무원 인사를 중단할 것도 지시했다.

한편 청와대로부터 최상급 평가를 받은 각료들은 허성관 행자.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으로 알려졌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이정재 금감위원장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외교.통일.여성.환경장관도 무난하다는 평가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군 운용의 핵심인 군 인사를 잡음없이 무난히 처리했다"는 진단을 받고 있어 개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이던 '인기스타'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康장관 본인의 요구를 盧대통령이 전적으로 수용, 개각 대상에서 제외해 출마 가능성까지 차단시켜 주는 '애정'을 과시했다.

최훈 기자

<사진설명전문>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휴일인 7일 오후 예고 없이 국립극장을 찾아 뮤지컬 '명성황후'를 관람했다. 盧대통령 내외는 경호 및 부속실 직원만을 대동한 채 시민들 틈에 끼여 공연을 본 후 출연 배우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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