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희망(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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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활기찬 손짓으로 92년을 맞자. 소극적인 기다림의 자세를 버리고 내일 있게될 것을 지금바로 선취하는 창조적 희망을 갖자.
후회를 거듭했던 과오들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다짐들을 해보자.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설계들을 매만지자.
오늘의 기존 사회체제는 이미 그 체제에 의해 생겨난 여러가지 부정적 결과들을 더이상 감당키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자연과 어울려 살던 옛 농경사회는 자연을 착취하고 오로지 인간의 목표만을 추구하는 산업사회로 바뀌었다. 인간세계가 이처럼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예는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자본주의가 자유의 천국도 아니고 사회주의가 노동의 천국도 아님이 입증됐다. 소련과 동구가 몰락하고 자본주의 빈국들이 처절한 모습을 하고 있는 오늘의 인류 역사현장이 바로 그 증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해 5월 『노동헌장 1백주년 기념 회칙』에서 「사회주의체제의 패배가 자본주의체제를 경제의 유일한 모델로 남게했다는 주장은 전혀 옮지 않다」고 간파했다.
그의 회칙이 제시한 바람직한 미래 사회상은 「물질적 재화의 소유가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인권으로서의 사유재산 자체에 그 한계가 내포되고 자유로운 노동과 기업,그리고 참여가 보장되는 사회」다.
부시 미대통령은 「어느 나라고 최소한의 주권침해도 받지 않는,법에 의해서만 통치가 가능한,타협에 의해서만 공동조정이 가능한,인권에 대한 무제한의 믿음이 충만한 사회질서」가 바로 냉전체제 이후의 「신세계 질서」라고 정의했다.
대충 이같이 그려져 있는 바람직한 21세기 사회모양에 몇가지 덧붙일게 있다면 산업사회와 자연이 공존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일과 자본주의의 사회적 책임,인간 도덕성의 회복 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키신저는 향후 신세계 질서를 주도할 6대 강국으로 미국·유럽·중국·일본·소공동체·인도를 손꼽았다. 세기말의 세계는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새해의 국내문제 전망은 잿빛일색이다. 경제가 캄캄하고 정치에도 낙관보다는 우려가 많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버릴 수는 없다. 창조적 희망을 갖고 무한한 가능성을 개발해나가는 힘찬 새해 첫걸음을 내딛자.<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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