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산차와 수입차 업계선 … 번호판 '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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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7 SW에 잘 맞는 신형 번호판(上). 아래는 아우디 RS4 트렁크 아래에 달린 번호판

지난해 말부터 도입된 새 번호판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 번호판은 가로로 길게 늘인 유럽형 디자인으로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돼 있어 이전보다 세련돼졌다는 평을 받는다. 이 때문에 새 차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새 번호판으로 바꾸고 싶어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번호판을 달 수 있는 차량은 극히 제한돼 있다. 특히 뒤쪽은 범퍼와 트렁크 모양, 번호판 조명장치를 손봐야 하기 때문에 가로로 긴 번호판을 달기 어렵다. 번호판을 달려면 번호판용 조명램프의 폭이 더 길어져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차량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새 번호판도 두 가지 모양으로 나왔다. 높이를 줄이고 가로를 늘인 긴 번호판과 높이만 약간 줄인 짧은 번호판이 그것이다. 당장 전면교체가 어렵기 때문에 과도기적으로 마련한 대책이다.

차 업계도 차를 새 번호판에 맞추는 작업에 들어갔다. 국산차 업계에선 현대 아반떼, 투스카니, 베라크루즈 와 기아의 뉴세라토 등이 새 번호판을 달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고는 새 번호판을 달기가 어렵다. 새 차들도 앞에는 긴 번호판을 달고 뒤에는 짧은 번호판을 단다. 다만, 앞으로 출시되는 새 차는 단계적으로 앞뒤 모두 가로형 번호판을 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런데 몇몇 수입차 업체는 공간만 있으면 긴 번호판을 달아주고 있어 국내 차 업계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수입차의 경우 기존의 좁은 번호판용 램프는 그대로 놔두고 긴 번호판을 달아 밤에는 번호판 양옆의 숫자를 식별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한 수입차 딜러는 "가로형 번호판을 달기에 구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고, 불법 소지가 있는 것도 안다"며 "그러나 유행에 민감한 수입차 주인들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쪽에도 가로형 번호판을 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대해 국내 차 메이커 측은 "정부가 정한 가로형 번호판 관련 규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현재 디자인 변경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 때문에 많은 비용을 드는데 수입차 업계는 이런 과정 없이 무조건 가로형 번호판을 뒤쪽에 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건설교통부는 "번호판의 등록봉인 위치와 번호판 램프 위치 등이 가로형 번호판에 맞게 개선되지 않았을 경우 뒤쪽은 짧은 번호판만 달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 등록과 사용신고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건교부 자동차관리팀의 김종필 사무관은 "번호판 장착 위치에는 12개의 조도 측정점이 있다. 이 지점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조도가 나와야 가로형 번호판을 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규정은 있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지 않는 자동차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다. 차 업계에선 "야간에 번호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는 차량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간 스트라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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