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세대 주자, 권력 핵심 첫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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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산당이 24일 핵심 요직인 상하이(上海)시 당서기에 5세대 주자의 하나인 시진핑(習近平.54) 저장(浙江)성 당서기를 발탁한 것은 그 신호탄으로 풀이되고 있다. 상하이 당서기 직은 지난해 9월 천량위(陳良宇)가 부패 혐의로 낙마한 이후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이 대행해 왔다. 한 시장의 거취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궈진룽(郭金龍) 안후이(安徽)성 당서기가 상하이 시장으로 발탁될 것이라고 보도해 주목된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5일엔 저장성 당서기에 자오훙주(趙洪祝.60) 당 중앙 조직부 부부장이, 산시(陝西)성 당서기에 자오러지(趙樂際.49) 칭하이(靑海)성 당서기가 임명됐다. 칭하이성 당서기에는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인 창웨이(强衛) 베이징시 당 부서기가 거론된다.

시진핑의 발탁 소식을 앞서 보도했던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장가오리(張高麗) 산둥(山東)성 당서기가 톈진(天津)시 당서기로 옮기고, 리젠궈(李建國) 산시성 당서기가 산둥성 당서기로 임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리창(張立昌) 톈진시 당서기는 나이가 많아 물러날 예정이다.

◆ 5세대 지도자급 첫 발탁=상하이 당서기에 발탁된 시진핑은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에 이어 중국 공산당의 5세대 지도자급 인물로 거명돼 왔다.

시진핑은 푸젠(福建)성 성장으로 행정 경험을 쌓았고 2002년 저장성 당서기에 발탁됐다. 시중쉰(習仲勳) 전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부위원장의 아들이어서 태자당(太子黨:공산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을 일컫는 용어)으로 분류된다. 광둥(廣東)성 당서기 겸 성장 재직 시절 시중쉰은 경제특구 구상을 덩샤오핑에게 건의했던 인물이다.

이번 인사는 공산당이 50대의 차세대 신진 지도자급 인물을 고위직에 전격 발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진핑은 리커창(李克强.52)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57) 장쑤(江蘇)성 당서기 등과 5세대 선두그룹을 형성해 왔다. 또 후 주석의 양대 권력 기반인 공청단과 칭화(淸華)대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시진핑은 칭화대 공정화학과를 졸업했고 리커창은 후 주석과 같은 안후이성 출신으로 공청단 제1서기를, 리위안차오는 공청단 서기를 각각 역임했다.

◆ 정치국 상무위원 개편 예고편=전문가들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올가을로 예정된 17기 당대회의 인적 구조 개편이 예상보다 조기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가 전인대 폐막 직후 나온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하반기 14개 성.시.자치구 당 위원회에 이어 베이징(北京) 등 17개 당 위원회 개편이 단행되면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등 최고 지도부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2002년 말 16기가 출범하면서 파벌 간 나눠 먹기 차원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으나 7명으로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상무위원이 7명 체제로 축소될 경우 9명의 현 상무위원 중 4~5명만 남고 나머지는 퇴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종합하면 후 주석(65)과 원자바오(溫家寶.65) 총리는 유임이 이미 확정됐고, 우방궈(吳邦國.66)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리창춘(李長春.63) 상무위원은 잔류가 유력하다. 쩡칭훙(曾慶紅.68) 국가 부주석이 잔류해 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맡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비리 연루설이 제기돼 온 자칭린(賈慶林.67) 정치협상회의 주석이 건재할지도 관심사다. 소식통들은 70세 연령 제한에 걸리는 뤄간(羅干.72) 중앙 정법위 서기, 우관정(吳官正.69) 중앙 기율검사위 서기, 황쥐(黃菊.69) 부총리 등 3명의 퇴진은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권력 개편으로 생기는 빈자리에는 후 주석의 측근 인물들이 전진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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