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대전 보선 기여도 공방 '한 방 루머' 싸고 배후 논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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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을 둘러싼 신경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당 대표 측은 요즘 주요 사안마다 설전을 벌인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25 재.보선'을 둘러싸고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전 서을 국회의원 선거를 바라보는 계산법이 복잡하다. 주자 검증론과 경선 방식을 놓고 양측은 25일에도 부딪쳤다.

◆ "대전 서을 승리는 내가 주역"=대전 서을에선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하지만 충남지사 3선(選)의 경력을 자랑하는 심 후보의 개인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재.보선 연승을 막기 위해 자당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적극적인 지원 유세를 펼쳐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박 전 대표는 일단 당의 요청이 없어도 부지런히 뛸 태세다. 대전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 지원유세 중 테러를 당했던 박 전 대표가 안정을 되찾자마자 했던 말은 "대전은요? "였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박빙 우세였던 대전시장 선거 판세는 이 말 한마디로 뒤집혔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만약 대전 서을에서 다시 한번 '박근혜 바람'을 일으킨다면 그로선 대전.충청권 민심 확보와 '박근혜=승리' 이미지를 다져 나갈 수 있다. 덩달아 당 장악력을 높여 판세 역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수시로 대전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도울 것"이라며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반대했던 이 전 시장보다는 아무래도 박 전 대표가 충청권 표를 끌어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 전 시장 측의 분석은 다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충청권에서도 이 전 시장이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캠프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이번 재.보선을 경선에 활용할 계획은 없다"며 "당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전에서도 이 전 시장의 인기는 대선 주자 중 최고"라며 "이번 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 "'한 방' 바라는 건 자기최면"=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25일 "뭐라고◆ '한 방'이면 날아간다고? "라는 글을 써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에게 돌렸다. 이 글에서 정 의원은 "지금까지 (네거티브) '한 방'이 아니라 '수십 방'이 쏟아졌는데도 이명박은 아직 끄덕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한 방'에 대해 떠드는 사람은 많았어도 정작 내놓은 사람은 없었다"며 각종 의혹들을 일축했다.

이어 정 의원은 "그런데도 민망스럽게 한나라당에서도 이 '한 방'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며 박 전 대표 진영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이 꼽은 '민망한 이들'은 "K.Y.C.L 의원과 L 전 의원" 등이다. 영문 머리글자만 밝혔지만 "사실상 실명을 밝힌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들에 대해 정 의원은 "'한 방'이라는 걸 구체적으로 내놓지도 못하면서 그걸 믿는 현상은 자기최면 또는 자기세뇌"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정 의원의 글은 결국 이 전 시장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라며 "이는 정권교체를 위해 본선에 결점 없는 후보를 내야 한다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요구와 배치한다"고 반박했다.

◆ 여론조사 반영도 놓고 공방 심화=한나라당 당헌.당규개정위원회는 이날 대선 주자들이 합의한 경선안(8월 21일 이전-20만 명 참여)을 당헌.당규에 반영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대선 주자 대리인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 전 시장 측은 경선 방식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4만 표(20%)로 고정해 반영할 것을 주장한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직접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단'의 25%로 환산해 반영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4만 표 이하로 하자는 얘기다.

김정하.남궁욱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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