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담 줄이고 과소비추방"|알뜰 시장이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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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블라우스를 몸에 걸쳐보는 가정주부, 청바지를 뒤적이는 대학생, 장난감을 고르는 어린이 등으로30평 남짓한 점포 안은 성황을 이룬다.
20만원 짜리 양복 한 벌 가격이 단돈5천 원, 스웨터·블라우스·점퍼·청바지·방한복 등도 3천∼5천 원만 주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과소비 풍조 퇴치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서울신당동377 장충체육관 앞 중고품상설매장의 풍경.
서울시내 각 교회 신도들이 보내온 옷가지, 일부기업이 찬조로 기탁한 재고품 등을 싼값에 판매하는 이 매장은 지난10월19일 문을 연이래 하루 평균1백여 명의 고객들이 몰려든다.
『스웨터1벌, 점퍼2벌 등을 1만2천 원에 샀어요. 세탁은 물론 다림질까지 해 내놓은 의류들은 새 옷이나 다름없습니다.』 가정주부 이혜숙씨(41)는 『가계부담도 줄이고 아이들에게 절약정신도 심어주기 위해 가끔 「알뜰시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망국병인 「과소비 풍조를 퇴치해야 한다」는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뿌리내리는 신풍속도.
가정에서 불필요해진 중고품을 물물교환 하거나 싼값에 팔고 사는 속칭 「벼룩시장」「알뜰 시장」이 큰 인기를 끌고있다.
알뜰 시장이 첫선을 보인 것은 서울시내 각 구청이 월 1회씩 구민들간에 중고품을 교환할 수 있는 임시시장을 개설한지난해 4월부터.
서울시는 알뜰 시장 개설이후 「싼값에 요긴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주민들의 호응이 높아지자 올9월부터는 월 2회 이상씩 시장을 개설토록 했다.
이와 함께 올 들어 각 대학·직장·아파트단지에서도 중고물품을 교환·판매하는 임시 벼룩시장들이 유행처럼 개장 돼 성시를 이루고 있다.
『아이들이 부쩍부쩍 자라기 때문에 새 옷을 사더라도 6개월만 지나면 소매가 짧아져 입힐 수 없어요. 철마다 새 옷을 사 입히려니 가계부담이 너무 크고….』 가정주부 박성희씨(39·서울당산동)는 영등포구청이 알뜰 시장을 개설한 이후 매달 한 두차례 당산공원 알뜰 시장을 찾아 아이들의 옷가지, 가전제품 등을 구입한다』고 했다.
10월부터 서울대·고려대·건국대·숙명여대 등에서 잇따라 열린 대학가 벼룩시장도 물건이 모자라 못 팔았을 정도였다.
경기도 부천시에는 지난해 말부터 중고품을 사고 파는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벼룩시장정보지」라는 전문광고신문까지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4쪽 짜리 5만 부를 발행했는데 올 들어 주부 층의 수요가 늘어 발행 부수를 9쪽 짜리 10만 부로 늘렸습니다.』 벼룩시장정보지 편집부 한상기씨(34) 는 『내년부터는 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벼룩시장을 직접 개실, 운영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밖에 인천의 「알림방」「인천광장」「중고물품센터」, 서울 구로동 「벼룩시장정보」도 중고품정보를 주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광고회사들.
불필요한 중고품의 교환·매매는 알뜰 살림에 도움을 주고 과소비를 억제한다는 측면에서 권장할 사항일 뿐 아니라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 된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남이 쓰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한다』는 그릇된 관념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
경실련 알뜰 가게 운영위원장 기소영씨(47·주부)는 『중산층들이 적극 참여해 올바른 재활용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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