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농산물 개방”/둔켈 제시 UR최종안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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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업보조금도 99년까지 20% 감축요구/섬유등 공산품은 관세낮아져 수출 유리
난항에 빠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돌파구를 열기위해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의 둔켈 사무총장이 21일 오전 직권으로 제시한 UR 최종협상문서는 우리나라에 명암이 엇갈리는 내용을 담고있다.
7개 협상분야중 농산물분야에서는 「예외없는 수입개방」을 못박고 있어 이대로 확정된다면 우리나라의 쌀시장도 93년부터 개방이 불가피한 반면 시장접근·섬유·반덤핑규제·서비스등 분야에서는 관세인하 등으로 우리의 공산품 수출여건이 다소 나아지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안은 물론 관계국들간에 합의된 내용은 아니어서 내년초 다시 협상이 재개되지만 협상의 성패를 가름하는 시점에서 올들어 처음으로 관세율 인하폭등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각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7개분야중 각국의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엇갈려 UR타결에 제일 큰 장애가 되고있는 농산물부문에서 이 협상문서는 예외없는 수입개방(관세화)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일본등 14개국이 강한 반대를 하고 있는데도 GATT측은 미국등 농산물 수출국의 주장을 관철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나라마다 한두가지의 예외를 인정해주면 세계농산물 교역질서를 자유화한다는 UR 농산물협상의 존립의미가 없어진다는 논리가 뒷받침되어 있다.
이 협상문서는 농산물의 수입개방에 있어서 이중적인 개방장치를 두고 있다. 93년부터 전품목을 개방하되 국내값과 국제값의 차이를 고율의 관세상당치로 부과토록 하는 한편 품목당 최소 3%의 시장은 현행기본관세(저율)로 수입개방케 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우리 쌀을 예로 든다면 3%의 시장은 현행의 5% 관세로 수입개방하고 나머지 97%의 시장은 국내외값의 차이인 5백∼6백%의 고율관세로 개방하라는 것이다.
협상문서는 또한 이 관세상당치와 현행 기본관세도 99년까지 7년간 36%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긴급수입제한」은 수량제한 아닌 관세조치로만 허용돼 수입가격이 10∼60% 떨어지면 30∼50%의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게했다.
국내농업보조금은 93년부터 99년까지 20% 감축하고 농수산물 수출보조금도 금액에 있어 36%,보조물량에 있어 24%씩 감축토록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이같은 각종 감축에서 3분의 2 수준만 하도록 우대조치가 마련됐으나 우리가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않다.
두번째로 「시장접근」분야에서는 선진국들의 관세가 현재보다 평균 3분의 1,개도국도 상당폭 인하하게 되어있어 우리의 수출확대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
「서비스」분야에서는 통신·금융·해운·항공·인력이동·건설등에 개도국입장이 많이 반영돼 우리에게 유리하나 미국·EC(유럽공동체)등이 불만을 갖고있다. 서비스분야에서는 특히 각나라가 개방할 분야를 제시하고 개방때에도 조건을 붙일 수 있게돼 안전판이 마련된 셈이다.
「규범제정」분야에서는 ▲반덤핑 규정이 강화돼 우리에게 유리하고 ▲보조금 및 상계관세의 경우 우리와 같은 선발 개도국도 개도국우대를 계속 받게하고 있다. 「섬유」분야 역시 우리의 쿼타 기득권이 유지되는 방향이어서 불리하지않다.
UR협상은 그러나 올 연내 타결의 목소리를 높였던 두 거인인 미국과 EC가 잇따른 막후절충에도 불구하고 농산물분야에서 견해차를 끝내 좁히지 못하는등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연내타결은 물건너간 상태다.
둔켈사무총장은 내년 1월13일 회의에서 관련 1백8개국이 이 협상문서에 대한 수용여부를 밝히도록 결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참가국들의 분위기는 이때부터 다시 논쟁을 재연시키겠다는 쪽이다.
GATT측은 이날 협상시한을 종래보다 연장시켜 3월1일까지 나라별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3월말까지 이행계획협상을 해 마무리한다는 일정을 제시했으나 이날의 협상문서에 각국이 반발하고있어 더 지연될 소지도 적지 않다.
더구나 내년봄부터 미국·EC등이 선거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동안 협상이 중단됐다가 내년말에 재개될 소지도 있다.
정부는 그러나 내년 1월13일까지 일단 우리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며 농산물수입개방의 예외인정을 요구하는 14개국과 연계해 쌀시장개방만큼은 저지한다는 전략이다.
결국 우리정부는 UR협상전체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면서도 쌀시장만은 막아야하는 숙명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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