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성공 위해 부시의 사람들 협상장 전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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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물론 미국 백악관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협상시한(3월 30일) 내 정치적 타결 가능성이 밝아지고 있다. 미국은 19일부터 워싱턴에서 열린 수석대표 협상에 백악관 직속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커트 통 아시아경제담당관을 직접 참여시켜 미 협상단 내부의 입장 조율에 나섰다.

통 담당관은 8차 본협상(8~12일.서울) 때 처음 공식석상에 등장한 이후 농업.자동차.섬유 등 핵심 쟁점 분야에서 백악관의 지침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미 대사관에서 3년간 경제참사관을 거친 통 담당관은 한국계인 빅터 차 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과 함께 한.미 관계를 꿰뚫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의 브리핑장에도 배석하며 협상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주부터 통상장관급으로 고위급 협상 채널이 바뀌면서 미국 측 협상단에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는 인사가 다수 참여해 협상 타결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측 수석대표인 개런 바티야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섬유 분야 고위급 대표인 스콧 퀴젠베리 USTR 수석협상관은 부시 대통령의 선거 캠프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다. 이들은 백악관의 신임을 바탕으로 막판 한.미 FTA 협상에서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4일 시작되는 중동 순방에 윤대희 경제정책수석 등 청와대 내 FTA 관련 참모들을 대거 합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 협상단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노 대통령이 귀국 도중 한.미 FTA 협상 타결에 최종 결심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순방 기간에 긴박한 협상 쟁점들은 참모들로부터 현장에서 보고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측 협상 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타결을 위한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겠지만 최종 결정은 결국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21일(현지시간) 사흘간의 고위급 협상을 마친 뒤 "다음주에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의 '30일께 타결' 발언에 대한 화답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20일 GM과 포드자동차 공장을 전격 방문한 것도 한.미 FTA 협상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협상단은 미 자동차 업체들이 고전하면서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 철폐에 난색을 표시한 바 있다.

워싱턴=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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