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고위험 펀드 '아찔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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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소위 '하이일드(high yield) 펀드'로 불리는 고수익.고위험 펀드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 19일 우리투자증권이 처음으로 '우리CS 분리과세 고수익고위험 혼합펀드'라는 이름으로 하이일드펀드를 내놓은데 이어 20, 21일 동양종합금융증권과 대한투자증권도 비슷한 이름의 고수익.고위험펀드를 출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KB.동양.대한.농협CA 등 12개 자산운용사의 20개 고수익 고위험펀드가 최근 금감원 약관심사를 통과했다. 금감원은 정크본드 시장 활성화와 중소기업 회사채 자금조달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허용했다.

◆기대 이상의 호응='고위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동양종금의 '동양분리과세 고수익 고위험 채권펀드'의 경우 출시 하루 만에 160억원이 판매됐고, 이틀 동안 220억원이 팔려 성황을 이뤘다. 이 상품은 BB+이하 신용등급의 채권 및 기업어음(CP)을 10% 정도 편입해 운용하며 국공채 및 회사채에 60% 이상 집중 투자한다. 동양종금 상품기획팀의 홍승만 대리는 "펀드를 출시하고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면 기록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양종금 상품의 경우 고수익을 표방하지만 펀드 목표 수익률 자체는 5~6%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금혜택이 있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5.5%라면 일반과세자의 경우 은행예금 6.09%,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중 총소득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의 경우 은행예금 8.37%의 수익률과 맞먹는다. 홍 대리는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금융소득 연 4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이 주로 찾지만,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일반 투자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한 만큼 짭짤한 수익=하이일드펀드는 '고위험.고수익'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크게 이익이 날수도 있지만, 반대로 손실이 클 수도 있는 상품이다. 소위 정크본드로 불리는 'BB+' 이하의 투자부적격 신용등급 채권에 펀드 설정액의 10% 이상을 투자하도록 규정돼 있다. 운용사에 따라서는 정크본드 편입 비율을 40% 이상까지 높인 상품도 내놓고 있다. 정크본드 편입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손실 위험도 커진다. 신용평가사 규정에 따르면 'BB등급(BB-,BB,BB+)이란 원리금 지급능력에는 문제가 없으나 투기적인 요소가 포함된 것'으로 돼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동양메이저가 BB등급이다. 22일 동양메이저 주식은 7100원이다.

정부는 이 같은 위험성을 고려해 세제혜택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투자금 1억원 이하일 경우 2009년말까지만 가입하면 펀드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반펀드에 가입하면 소득세를 포함해 총 15.4%의 세금을 내야하지만 하이일드펀드는 6.4%만 내면 된다. 또 금융소득 4000만원이 넘는 사람의 경우 별도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지만, 이 펀드에 가입하면 면제 혜택을 받는다.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김신 선임조사역은 "고수익.고위험 펀드 시장규모 약 3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동안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던 투자부적격 회사채 시장에 숨통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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