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심한 「대법원장 1년」/권영민 사회1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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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덕주 대법원장이 16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이날을 맞아 각 언론사에는 「대법원장 취임 1주년간의 주요업적」이란 두툼한 보도자료가 법원행정처를 통해 배포됐다.
사법부 스스로가 작성,배포한 자료에는 10장에 달하는 주요업적내용과 3장분량의 이에 대한 자평이 충실하게 나열돼 있었다.
이 자료는 「사법부 수장으로 손색없는 넓은 시야와 깊은 안목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김대법원장이 사법의 독립과 사법민주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임무에 부응하는 업적을 남긴것」으로 지난 1년간을 평가하고 있다.
김대법원장이 취임후 의욕적인 사법행정을 통해 사법업무의 효율적처리와 조직의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사실이다.
김대법원장의 주요업적으로는 ▲서열과 능력을 조화시킨 합리적 인사 ▲법관 및 법원공무원 연수제도 개선 ▲등기·호적업무의 개선 등이 손꼽히고 있다.
또한 민사사건의 사물관할조정이나 판결문 작성방식의 개선 및 즉결심판 절차를 국민의 입장에서 신속하고 편리하게 법원을 이용토록 한 것이나 심리가 지연돼온 장기미제사건처리를 독려한 것 등은 재조뿐 아니라 민변등 재야법조계에서까지 「합격점」이란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배포된 자료에서 김대법원장의 업적을 두번째로 꼽고있는 「민주적 사법운영」에 대한 평가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 법원주변의 지적이다.
대법관 전원합의실에 원탁테이블을 설치하고 여덟차례에 걸쳐 60여명의 법관들과 대법원장이 간담회를 가진것이 사법부의 민주적 운영이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오늘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법원종합청사 정문앞에서 왠지 쭈뼛거리게 된다.
심지어 법관들과 고락을 같이하는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의 법원 일반직 공무원들 마저도 합의부 법관 숫자대로 수저세벌만 놓인 법원구내식당 이용이 부담스러워 검찰간부·직원들이 어울리는 검찰구내식당을 이용하는 현실은 민주적 사법운영의 허실을 구체적으로 반증하는 실례다.
민주적 사법운영이 공개적이고도 평등하다는 모든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사법행정 자료공개를 회피,법률전문가만이 법원정문을 당당히 드나들고 법원공무원마저 법관의 경직된 위엄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법부의 현주소는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보도자료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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