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그쳤던 교류가시화/경제·비경제 교류·협력(남북 화해시대: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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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락사무소가 중추적 기구/정부간 상설창구로서 역할확대 기대
5차 고위급회담에서 합의서가 도출됨으로써 제한되거나 간접적 수준에 그쳤던 남북간의 교류가 본격화되는 시대를 맞게 됐다.
합의서는 별 문제가 없다면 92년 2월18일부터 열리는 6차 고위급회담에서 교환,발효되고 발효후 1개월내 남북교류·협력분과위구성,이어 3개월내 남북 경제교류·협력공동위원회를 비롯한 부문별 공동위원회구성의 절차를 경과함으로써 내년 6월 정도에는 여러 부문에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협의가 실천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따라서 6개월정도 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일정을 감안할 때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16일 임시 국무회의를 시작으로 후속조치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류·협력부분과 관련된 정부의 후속조치는 두갈래로 진행될 것 같다.
하나는 6차 고위급회담 이후 구성될 교류·협력분과위와 공동위등 기구설치와 관련된 절차적 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분과위와 공동위에서 북한과 합의해야 할 구체적 사안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6차고위급회담에서 제안될 예정인 분과위 구성과 관련된 우리측 입장은 이미 검토가 끝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동위는 분과위에서 남북이 논의,본회담에서 합의함으로써 결정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5차 고위급회담과 관련,정부의 당초 입장 가운데는 합의서와 분과위 구성초안의 동시타결추진도 있었기 때문에 분과위 구성초안은 마련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초안은 교류·협력분과위를 포함,3개 분과위를 남북 각각 5명이나 7명으로 구성하고 이들 가운데 남·북측 위원장이 선임되며 회의는 판문점 평화의 집이나 통일각에서 번갈아 열며 수시 혹은 정례회의를 갖는다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는 또 남북간의 신교류·협력시대를 총괄해나갈 남북협력청등 기구확대를 서둘러 빠른 시일내에 남북대화와 각종 남북교류·협력사업들이 논의되고 진행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통일관계장관회의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금까지 남북대화 대책논의는 청와대·안기부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앞으로의 남북대화에는 실무문제가 현안이 될 전망인 만큼 향후에는 대책회의 보다는 통일관계장관 회의가 활성화돼 이곳이 논의의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통일관계기구의 실제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고 권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류·협력 분과위와 공동위원회가 구성된 뒤 실행될 구체적인 문제들은 남북이 어떻게 합의하는가에 달려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상당히 정리돼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그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이 교류중심이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사업계획은 많이 마련되어 있는게 사실』이라며 『분과위나 공동위에서 제안될 사업내용은 일단 이 범위 내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류·협력에 관한 분과위와 공동위원회가 논의할 부분은 크게 경제분야와 비경제분야로 나뉜다.
경제분야에서는 지난 85년 9월18일 개최된 4차경제회담에서 제시된 우리측안 수준이 제안될 것이라는게 관계당국자의 전망이다.
논의사항들은 교류품목,수송방법,거래방식,결제업무 취급은행,협력사업 규모·방법·시기등 매우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야 하는 전문적인 문제가 많다. 비경제분야의 교류·협력내용은 지난 2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제안된 3통협정제안이 대부분을 포괄하고 있다.
이들 제안은 자유왕래,자원공동개발,이산가족 상봉,철로연결등 5차 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남북교류·협력사항들을 상당부분 포괄하고 있다.
이들 주제 역시 대부분 전문적인 실무차원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들이다.
예컨대 남북주민 자유왕래나 이산가족의 상봉같은 경우 왕래시 통과지점,통과때 휴대할 수 있는 물품의 양,사고발생시의 책임,교통문제,신변보장 문제등 논의해야 할 세부적인 사항들이 많다.
따라서 정부는 공동위가 구성되도 사안별로 분과위등 실천기구가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중 가장 주목되는 기구가 남북간의 연락사무소다.
연락사무소는 북이 『남북관계는 나라사이 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해 일단 상호간의 연락창구나 교류시의 편의제공창구 수준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어떻든 양측 정부수준의 상설기구라는 점에서 운영방법이 크게 주목된다.
이 기구가 원활하게 움직이고 실제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면 중립국감독위 기능을 대신 하는등 정전체제를 정상적인 남북간의 평화체제로 운영해 가는 중심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기구의 역할은 점차 커질 것이다.
이같은 계획들은 앞으로 남은 기간중 정부 각 부처에서 재검토되어 통일관계장관회의나 신설될 협력청 등을 중심으로 조정작업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상봉은 우리 정부가 공동위 등의 구성과 관계없이 현재 가동중인 적십자회담을 통해 제기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적십자 회담,체육회담,국회회담 등은 그대로 유지하는 틀을 당분간 유지하되 분과위,공동위 등이 구성된 뒤에는 남북간의 상설기구에서 흡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북한측은 쌍방간의 정당대표등 정치회의를 주장하고 있어 이런 기구들이 제대로 구성되기 까지에는 상당한 난관이 있고,구성이 되더라도 정부간 기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는지는 예측키 어렵다.
그러나 이런 교류·협력기구들이 가동된다면 그것은 남북관계 개선의 실질적 토대가 될 것이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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