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위조외화 찾기 종사 외환은행 서대석 주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25년동안 위조외화를 찾아내는 일에 매달려온 국내 유일의 외화 감식전문가 서태석씨(48·외환은행 외환부 출납주임).
전국에서 발견되는 모든 「수상한 외화」에 대해 「진짜」「가짜」를 판명하는 그는 최근 국내에 위조달러 유통이 부쩍 늘면서 일손이 한층 바빠졌다.
3일 경기지방경찰청에 의해 위조통화 취득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필리핀인이 썼던 달러도 그의 「눈」 과 「손」 을 거쳐 위폐로 판명됐다.
『공항출입국 관리국·경찰서등으로부터 한달에 2∼3건 정도 들어오던 감정의뢰가 11월들어선 14건으로 증가하는등 위조달러 유통이 부쩍 늘었다』는 서씨는 『내년 자본시장개방과 함께 국내에 외화유통이 급증할 것을 예상, 국제위폐단이 위폐의 유통 가능성을 시험해보려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루평균 27개국 2백70여종류의 통화 1백50만달러어치를 검사한다는 서씨는 『81년 이후 발행된 위조달러는 겉모양은 물론 진짜 화폐에 포함된 철성분까지 들어있어 철성분의 포함 유무로 진위를 판별해내는 위폐감별기를 쓸모없이 만들어버렸다』며 『감별기에만 의존하는 암달러상등에 의해 위폐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분석한 최근 유통되는 위조 외화의 특징은 ▲무엇보다 지질이 약하고 ▲인쇄가 선명하지 않으며 ▲모조지를 썼기 때문에 바탕색깔이 누런 것이 많고 ▲종이에 미세한 솜털이 없으며 ▲1백달러짜리가 대다수라는 것.
서씨가 미화와 인연을 맺은것은 경북영천에서 고교를 졸업한뒤 64∼66년 카투사로 주한미군부대에서 경리일을 맡으면서부터.
66년 하와이에서 전입온 신병이 1달러짜리로 바꿔달라고 내놓은 20달러 지폐가 위폐임을 발견하면서 감별 능력을 인정받아 69년 외환은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위폐감별에서 한번도 틀린 일이 없었다는 서씨는 81년 외환은행 뉴욕지점이 미연방은행에서 매입한 현금 2백만달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40만달러 자루의 무게가 의외로 가벼워 위폐임을 직감, 가짜돈과 바꿔치기 된것을 밝혀내는 수훈을 세우기도 했다.
서씨는 최근엔 위폐뿐 아니라 쿠웨이트·디나르화등 화폐개혁으로 못쓰게 된 통화나 지폐의 금액을 표시한 귀퉁이 부분만을 조작, 액수를 바꾼 변조화폐도 많이 나돌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이영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