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보유 세계 3위 … 태양 거리 2배 소행성도 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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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6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낭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발신지는 소행성 이토카와, 발신자는 JAXA의 무인우주탐사기 '하야부사'. 이토카와에 무사히 착륙했으며, 표면의 암석 시료를 채취하는 것도 성공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전송돼 온 것이다.

인류가 달 이외의 천체에서 처음으로 시료를 채취한 순간이었다. 그전까지 몇 차례 로켓 추락 사고가 있었지만 일본의 우주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입증한 쾌거였다.

◆일본서 브라질의 곤충을 명중시킨 격=길이 540m, 너비 210m의 초소형 천체인 이토카와는 초속 30㎞의 속도로 돌고 있다. 소행성의 이름은 1999년 타계한 '일본 로켓 과학의 아버지' 이토카와 히데오에서 따왔다. 착륙 당시 지구에서 이토카와까지의 거리는 3억㎞. 태양까지 거리의 두 배, 달까지 거리의 800배였다. 이런 소행성에 탐사선이 사뿐히 내려앉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도쿄에서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 상파울루 하늘을 날아다니는 곤충을 쏘아 맞춘 것에 비견될 정도의 대단한 기술"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더구나 일본은 하야부사에 기존의 화학엔진을 대체하는 고효율 이온 엔진을 사용하는 등 각종 첨단 기술을 결집시켰다.

한때 통신이 두절되기도 했지만 하야부사는 최근 채취한 시료를 담은 용기를 지구 귀환용 캡슐에 옮겨 싣는 데도 성공했다. 남은 과제는 2010년으로 예정된 지구 귀환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시료가 수거되면 우주의 비밀을 푸는 데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JAXA는 기대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달이다=JAXA가 최근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달 탐사 계획이다. 미국이 다국적 프로젝트로 달 표면에 유인 탐사 기지를 세우기로 하고 중국.인도가 잇따라 탐사기 발사 계획을 추진함에 따라 달은 우주개발의 주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도 올 여름 탐사위성 '셀레네'를 H2A 로켓에 실어 발사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일본은 주 위성 1기와 부 위성 2기에 15가지의 관측 장비를 실은 셀레네를 통해 달 표면은 물론 내부의 광물 구성과 원소 성분을 분석할 계획이다.

JAXA는 이를 미국 아폴로의 달 착륙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첫 달 탐사 계획으로 규정한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무인 탐사에 주력하고 이후 이를 바탕으로 유인 탐사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1970년 소련.미국.프랑스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현재 위성 보유 수(111기)로 세계 3위다. 특히 100% 독자 부품만으로 H2A 로켓을 제작하는 등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도 갖고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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