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선 후보들 "딘 돌풍 잠재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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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딘을 끌어내려라."

내년 11월 미 대선을 향한 민주당 경선가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딘 전 버몬트주지사에 대해 다른 주자들의 공세가 치열하다. 첫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가 내년 1월 19일로 예정돼 있어 다른 후보들은 '딘 바람'을 그대로 두면 자신들은 휩쓸려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이오와주 현지 신문인 디모인 레지스터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리처드 게파트 전 하원 민주당총무와 박빙의 접전을 벌이던 딘이 몇걸음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령관, 존 케리 상원의원,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조셉 리버먼 상원의원 등이 두 사람을 뒤쫓고 있다.

딘의 약점을 찾고 있던 경쟁자들은 딘이 버몬트 주지사로 재직할 때 일부 문서의 기밀을 퇴임 후 10년이 지난 다음 풀 수 있도록 한 조치를 문제삼고 나섰다. 딘은 1991년부터 지난 1월까지 11년간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본인 및 타인의 사생활이 언급된 문서는 10년간 비밀을 유지하도록 했다.

리버먼 상원의원은 "솔직하다고 주장하는 딘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서류의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케리 상원의원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투명성이 기본"이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클라크 전 사령관은 딘의 병역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클라크는 "내가 베트남전에서 부상해 병상에 누워있을 때 딘은 스키를 즐기고 있었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다른 경쟁자들은 진보 성향이 강한 딘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9.11 이후 더욱 보수적으로 바뀐 사회정서로 볼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할 것은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게파트 의원 진영에서 딘 지지를 천명한 노조를 위협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딘은 미국 내 최대 정치적 노동조합인 미국 주.카운티.시 근로자 연맹(AFSCME)과 서비스직 근로자 국제연맹(SEIU)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다.

AFSCME 위원장인 제럴드 매켄디와 SEIU 위원장인 앤드루 스턴은 지난 3일 게파트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측근이 미주리주에서 딘을 지지하면 미주리주 공공부문 근로자들에게 단체협상권을 준 주지사의 행정명령을 번복시킬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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