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가지마, 가지마" 울부짖는 엄마 뒤로하고 유괴 없는 하늘나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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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인천 적십자병원에서 유괴 살해된 이모군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모군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KBS-TV 촬영]

"가지 마, 가지 마."

16일 인천적십자병원 영안실에서 열린 박모(8.초등 2년)군의 장례식은 눈물바다였다. 박군의 부모와 누나는 박군의 관을 떠나 보내지 않으려 울부짖었다. 친척들도 "불쌍해서 어떡해, 어찌하란 말이냐"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시민들은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서는 가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유괴범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 끝까지 추적해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눈물바다 장례식=유족들은 이날 오후 열린 장례식에서 운구차에 실리는 박군의 관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날 장례식은 가족과 친지 등 50여 명의 오열 속에 진행됐다. 운구차에 태워지기 위해 빈소에서 관이 밖으로 나오자 박군 부모와 누나는 관에 매달려 한참 동안 울부짖었다.

친지들도 한결같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느냐"라며 울음보를 터뜨려 빈소는 눈물바다가 됐다. 특히 이날 오후에 박군이 살아 있는 상태로 유수지에 던져진 것으로 밝혀지자 가족들의 아픔은 더욱 컸다. 장례식에 참석한 한 친척은 "어린 아들을 둔 범인이 어떻게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느냐"며 눈물을 쏟아냈다.

빈소를 떠난 박군의 영정은 집과 다니던 M초등학교.교회를 차례로 돌며 생전의 따뜻했던 추억들과 석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거리에 있던 시민들은 박군의 장례 행렬이 지나갈 때 눈물을 훔쳤다. 박군은 부평가족공원 화장터에서 화장돼 납골당에 안치됐다.

◆"유괴범을 가장 엄하게 처벌해야"=시민들은 박군이 산 채로 유수지에 던져져 살해됐다는 소식에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유괴범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회사원 김모(43.여)씨는 "너무 끔찍한 소식을 들어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면서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는 게 걱정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영업자 이모(40)씨는 유괴범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하고 공소시효도 없애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런 잔혹한 범죄에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게 과연 올바른 법이냐"며 "유괴범과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부 장모(35)씨는 "피해 어린이의 부모와 가족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에 자꾸 눈물이 난다"면서 "그토록 잔인한 사람과 함께 숨 쉬고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똑같이 자식을 둔 부모로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분노를 넘어서 자괴감마저 든다"면서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번 되풀이되는 어린이 유괴범죄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정기환.정영진 기자

☞◆공소시효=사건이 일어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 유괴는 7년이다. 이형호군 유괴 사건과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은 지난해 공소시효가 만료돼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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