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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업계/세계경제악화 내년에도 먹구름(좁아지는 수출시장: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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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격경쟁력 갖춘 품목 손꼽을 정도/중기 고질적인 인력난 해결 급선무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더 어려워요. 더욱 악화될 가격경쟁력을 품질로 어느만큼 벌충할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정진하 럭키금성 경제연구소 산업연구소장)
예년같으면 벌써 내년도 수출목표를 잡아놓았을 국내업계는 아직 목표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경기전망이 불확실한데다 인력난·자금난 등이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업종 가운데 내년에 두자리 숫자의 수출신장이 기대되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20∼23%),자동차(10∼12%),조선(20%안팎)정도다.
섬유·가전은 5%안팎의 소폭 증가가,신발·완구등은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또 철강수출은 제자리걸음에 그칠 전망이다.
7백78개 중소업체가 입주해있는 한국수출산업공단의 수출증가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수출산업공단이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년 10.6%를 고비로 계속 줄고있다. 지난해에는 8.7%에 그쳤으며 올해는 10월말현재 7.2%선에 머무르고 있다.
총종업원수는 10만1천여명으로 필요인력에서 2만명이상이 부족한 상태다.
김병호 공단업무과장은 『수출부진도 문제이지만 인력난등 부진을 낳는 요인들의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세계경기전망도 불확실하다.
세계경제는 일부 호전전망도 있으나 지난해이후 계속된 침체양상에서 완전히 벗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일본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3%선으로 낮게 잡고 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미국의 내년도 성장전망을 3.1%에서 2.5%로 하향수정했다.
게다가 세계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제품개발기간이 짧아지는등 「속도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술개발을 위한 각국의 투자도 늘고있다.
삼성전자 김훈 전무(전략기획실장)는 『현재 국내전자분야를 통털어도 눈에 띄는 제품은 반도체나 TDX(전전화교환기)뿐』이라며 『내년에도 획기적인 제품이 나와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매출액중 기술투자비중(22%)이 일본(14%)보다 높은 거의 유일한 품목이다. 그러나 투자절대액은 일본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섬유·철강·조선 등은 매출액대비 기술투자비중에서부터 일본에 뒤지고 있다.
다품종소량생산,자국상표부착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화도 어려운 과제다. 건당 수출규모는 88년 3만6백달러에서 올상반기에는 3만2천8백달러로 커졌다.
오히려 소품종 대량화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수출가운데 OEM(주문자상표) 비중도 40%선에서 더이상 낮아지지 않고 있다.
도로·항만등 사회간접자본의 정체도 나아질 기색이 없다.
『수출상담을 위해 외국출장을 가려해도 해외여행자들에 밀려 비행기표를 제때 끊지못하는 경우가 적지않다』(전자업체해외담당전무)는 불평까지 나오고있다.
『상공부는 무등록공장을 구제해준다고 하고 환경처는 적발하는가 하면 수출이 반짝 잘된다고 무역금융을 없애는등 정책일관성의 부재가 문제』(봉제완구업체 생산담당이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얼어붙은 수출전선에도 소생의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수출을 19%나 늘려 3년만에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자동차가 좋은 예다.
올해 19개국에 처녀수출,수출시장을 1백50개국으로 늘렸고 엘란트라,에스페로 등 중형 신차개발이 주효 했다는 것이 조관현 자동차협회부회장의 분석이다.
내년에는 자동차·조선·반도체등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업종의 수출확대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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