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은 외화획득 전략산업|"과소비 주범"으로 몰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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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과소비 산업으로 치부되는 관광산업을 성장산업으로 일신하고 「일하고 뛰는 협회」를 만들겠어요. 먼저 정부에 관광진흥책을 건의하고 관광산업을 총괄하는 관광청 신설을 요청하겠습니다.』 최근 서울힐튼호텔에서 개최된 한국관광협회 총회에서 제17대 회장에 선출된 장철희씨(63·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부사장)는 여행업·관광숙박업 등 21개 관광분야 3천2백개 업체 25만 종사원의 연합체인 한국관광협회 총수로서 눈앞에 산적한 문제들에 두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는 12월 2일 취임하는 그는 자원빈곤·인건비 상승·국제개방압력 때문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되는 관광산업이 답보상태에 있거나 위축되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은 외화가득률에 있어서 거의 1백%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국가 전략산업이어야 할 관광이 소비성 산업으로 인식돼 「과소비매질」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는 당국이 93년 대전 엑스포, 94년 한양천도 6백주년 기념 및 한국방문의 해, 그리고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 등 굵직굵직한 국체행사를 유치해 놓고서도 호텔은 못 짓게 하는 등 준비자세는 전무한 상대라고 개탄했다.
『관광업계가 매도돼서는 안됩니다. 서울 올림픽때 체육계가 크나큰 공훈을 세웠지만 관광업계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성공적으로 치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공자 표창에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정부와 국민들의 몰이해에서 초래된 결과입니다.』 52년 고려대 상대를 졸업한 뒤 대한여행사·관광공사·대한항공·힐튼호텔 등을 거치는 동안 줄곧 관광 및 호텔업계에만 근무해 온 그는 현재도 라마다 르네상스의 대표이사부사장을 비롯, 세계항운여행사대표를 겸직하는 호텔·여행업계 원로다.
지난 68년 프랑스 그레노블에서 열린 제10회 동계올림픽한국팀 총감독, 대학빙상연맹회장, 고우체육회부회장을 맡는 등 체육계에서도 활약이 큰 인물. 『시급한 문제는 관광을 과소비의 온상으로 보는 국민적 시각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또 적어도 해외 주요공관에는 관광주재관이 파견돼야 하며 88올림픽 이전과 같은 관광진흥책이 필요합니다. 국가원수들이 해외관광 유치에 직접 나서는 선진국 사례를 거울삼아 「다시 도약하는 한국관광」이 돼야 합니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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